은혼
[긴히지] 무제(1~20)
우리_은하
2018. 9. 9. 17:58
- 사카타 긴토키, 23살의 달릴거 달린 건장한 남자. 본업은 게이작가. 덤으로 취미는 여장. 계기는 사소했다.
- 옆집 꼬맹이 카구라를 봐주던 어느날, 평소보다도 더 심하게 엄마를 찾는 카구라에 애를 먹고 있었다.
마-미!!!!!
카구라, 울지마, 응? 간장계란밥 해 줄까? 사다하루랑 산책 갈까? 응? 응??
마-미이!!!!!!!!!
카구라아…
점점 지끈거려오는 머리를 붙들고 이 일을 맡은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 세명의 아이들이 한집에서 사는 은혼아파트 1010호는 조금 특별했다. 천애고아 긴토키와 가족 모두 질병으로 고아가 된 카츠라, 집과 의절하고 홈리스가 된 타카스기를 주워준 것은 고등학교 교사 쇼요였다. 법적란에 세 아이의 아버지를 자처한 쇼요는 사카모토 가의 도움으로 호적에 올리고 집도 받게 되었다. 물론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세상물정 모르는 사카모토 도련님과 친구가 되어야하는 조건이 걸렸지만 그들의 입장에서는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었다.
- 이사를 올 때 만났던 아름다웠던 여성분. 자신을 코우카라고 소개한 여성의 양 손에는 작은 손을 쥐고 있었다. 똑 닮은 남매였지만 세명의 아이들을 경계의 눈빛으로 보는 땋은 머리 남자아이 카무이와 긴토키의 손에 들려있는 딸기맛 아이스크림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여자아이 카구라는 많이 달랐다. 카무이는 한동안 셋에게서 경계심을 풀지 않았고 무엇보다 카츠라를 볼때마다 살벌한 눈빛이여서, 한동안 카츠라는 1011호의 문이 열리는 소리만 들어도 몸을 둥글게 말곤 했다. 반면 카구라는 첫 만남부터 코우카의 제지에도 긴토키에게로 달려들 기세였다. 그리고 볼때마다 먹을것을 약탈해 나가, 셋은 밖에서 먹는 습관을 버리게 되었다.
- 세명의 아이들에게 코우카는 한가지 부탁을 했다. 카무이는 자신이 케어를 해야 하지만 카구라는 사람을 잘 따르니 좀 봐달라는 것이었다. 우미보즈는 잦은 출장으로 집을 비우고, 자신또한 출장으로 바쁘기에 일을 나가야 한다는 이유였다. 카무이가 낯선 사람을 많이 경계해서 누구에게 부탁할 수도 없고 자신이 둘을 봐주기에는 턱없이 힘들다고, 카구라가 양보를 해서 집에 남아있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카구라는 환경이 바뀌면 적응을 잘 못해 데려가지도 못한다 했다. 카츠라도 타카스기도 모두 바빠 상대적으로 한가한 긴토키가 맡게 되었다.
- 한동안은 잘 따라주더니, 오늘 갑자기 이런다. 코우카를 찾지만 코우카는 이미 카무이와 비행기 타고 저 멀리 동남아시아로 출장을 갔다. 아침 오랜만에 온 우미보즈가 코우카의 출장 소식에 동네가 떠나가라고 울면서 건강 걱정을 했었다. 그 상황에서 넌 잘도 잤구나. 아무것도 모르는 카구라는 자신이 원하면 코우카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최근 코우카의 일이 바빠져 카구라는 코우카와 오랫동안 떨어져 있었다. 코우카와 카무이를 배웅할때는 누구보다 환하게 웃으면서 의연하게 인사를 했지만 아직 어린 아이다. 이제 6살이 되어 엄마의 품에서 어리광을 피워도 떼를 쓸 나이인데 카구라는 엄마의 품에 안긴 시간도 짧고 어리광을 피우지도 않았다. 서러움과 외로움이 폭발한것이다.
- 여기까지 과거회상에 생각이 미치자, 긴토키는 한숨을 푹 쉬면서 카구라에게 딸기맛 사탕을 하나 쥐어주고 터덜터덜 1층으로 내려가 아파트 지하로 내려갔다. 지하에는 게이바가 있었다. 쇼요가 말을 해놔 세명의 아이들은 미성년자임에도 불구하고 종종 게이바로 내려가곤 했다. 사장 사이고는 여장남자였다. 그에게서 사정을 말하고 가발과 기모노를 빌려 입고 화장을 부탁하고 카구라 앞에 섰다.
- 딸꾹, 딸꾹. 눈물은 멈추었지만 카구라의 커다란 푸른 눈은 놀라움에 긴토키, 아니 파코의 모습에 고정되었고 몸을 들썩이면서 딸꾹질을 해댔다. 막상 앞에 서니 부끄러움과 후회감에 파코는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도망친다면 이 일은 성공하지 못하고 여장했다는 사실만이 남아 두고두고 놀림감이 될 예정이었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억지로 진정시키고 파코는 자연스러움에 자신감을 잃은 채 힘껏 미소를 지으면서 인사를 했다. 아, 안 녀엉~? 카구라쨔앙~?
- 카구라는 언제 울었다는 듯이 파코와 즐겁게 놀았다. 괜찮아 보이는 카구라의 모습에 안심해버린 파코도 열심히 놀아줬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두개의 발걸음 소리와 도어락 여는 소리도 듣지 못하고. 긴토키! 오늘도 수고했네. 내일은 내가 시간이 되니 오랜만에 학교도 가,
- 파코, 아니 긴토키는 죽고 싶어졌다. 가발 뒤로 흐르는 땀방울을 생생하게 느낄정도로 예민해진 그의 감각은 모든것을 캐치했다. 말을 하다 끊긴 그 상태로 굳어버린 카츠라의 입에서 똑 떨어지는 침방울을, 카츠라의 허리를 껴안으면서 어깨 너머로 고개를 내미는 타카스키의 비웃음의 만연해지는 얼굴을, 그리고 당연하게 타카스기와 카츠라의 다리 사이로 상체를 내밀고 바로 핸드폰을 내밀어 경쾌하게 울리는 사카모토의 핸드폰 소리를 모두 캐치했다. 즈라! 환하게 웃으면서 안락하게 앉아있던 긴토키의 품에서 쏙 나와 우다다 달리는 카구라의 발소리에 모든것이 터졌다.
- 우아앙아아앙아앙아아아악!!!!!!!!!!!!!!
기,기,기,기,기,기,기,기,긴토키이????????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 너 정말 잘어울린닼ㅋㅋㅋㅋㅋㅋㅋ!!!!!!
아하하하, 그건 새로운 놀이의 일종인가, 킨토키?
즈라아! 다시마 초절임맛 아이스크림은 사 왔냐, 해?
- 그날밤 긴토키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집으로 돌아갈때까지 사카모토와 타카스기의 합동 놀림으로 사이고에게 물건을 돌려주지도 못했다. 침대에 누워 억지로 잠을 청해보지만 정신은 더욱 말똥해졌다. 결국 머리를 거칠게 헤집고 일어난 긴토키는 진지하게 생각했다. 창피하고 죽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은 세 웬수들이 놀려서였지, 여장이라는 근본적인 이유때문이 아니었다. 굳은 결심 후 바스락 거리는 가발을 다시 써보고 아고미가 쥐어준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거울 앞에 서자 긴토키는 인정해야 했다.
- 이 모습은 자신을 흥분하게 하고 파코와 긴토키는 이미 한 사람이라는 것을.
- 사카타 긴토키, 19살. 대입을 코앞에 둔 5월에 여장이라는 취미에 눈을 떴습니다.
- 카츠라의 잔소리가 있기전에 긴토키는 집을 아무도 모르게 나섰다. 밤을 세 뻑뻑해진 눈을 억지로 감았다 떠면서 문을 닫으려던 사이고에게 할말이 있다면서 무작정 게이바로 들어갔다.
뭐야. 난 보다시피 바쁘고 오늘 영업은 끝났어. 밤에 다시 와.
조용히 해… 술이나 마실래.
미쳤어? 쇼요가 너희를 맡긴다는 게 무슨뜻인 지 이해 못해서 이러는거야?
알아. 그치만 너무 힘들어. 술, 한번만 마실게.
너… 이제까지 성실해서 한입 주는거야. 이거 마시고 얼른 올라가.
고마워.
- 그날 긴토키는 술 세병과 엄청난 주사를 남기고 급하게 달려온 카츠라와 사카모토, 타카스기에 의해 강제 연행되었다. 아고미가 찍은 동영상의 긴토키는 눈이 풀린 채 꼬부라진 목소리로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있었다.
눼가아~ 이러케 된거느은~ 너네도 즈알못이 있으어~! 내 청추운… 기여운 여자아이랑 손도 못잡았는데에… 여좡…. 여좡이롸뉘….
- 카츠라의 3시간 넘는 설교 후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은 긴토키는 쇼요에게는 입을 다물겠다는 특별 배려에 감사할 틈도 없이 정신없이 토악질로 하루종일 변기를 붙들고 있어야 했다. 헬쓱해진 긴토키는 해장하라고 준 타카스기의 야쿠르트를 창밖으로 던지고 달려드는 타카스기를 끌고 나가는 카츠라에게 내일부터는 무조건 학교에 나오라는 명령을 듣고 집안에 덩그러니 남겨졌다. 정신없는 폭풍이 지나갔지만 긴토키의 머릿속은 여전히 복구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 잠을 자려고 누웠지만 긴토키는 어느 한 사람의 생각이 가득 차 잘 수가 없었다. 술에 취해 끊긴 필름에서도 생생히 기억되는 완벽한 자신의 취향인 사람이 머릿속을 황폐하게 만들고 있었다. 이름도, 직업도심지어 얼굴도 목소리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하나 확실할 수 있는 것. 게이.
- 그리고 그 얼굴에 흥분한 자신도 게이.
- 사카타 긴토키, 19살. 대입은 완전히 물건너간 갓 자각한 파릇파릇한 게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