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히지] 기적아 일어나라!
오늘 하루는 마가 낀 하루였다. 적어도 히지카타 토시로에게는. 소고가 평소와 같이 장난으로 쏜 바주카를 피했지만 마지막으로 남은 마요네즈가 떨어진것에 두번쩨의 바주카를 피하지 못했다. 벙쪄있는 히지카타를 두고 소고는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그래, 여기까지는 그저 운이 조금 없었나 보지, 라고 넘길 수 있었다. 둔소에 쌓여있는 서류가 그 누구도 건드리지 않고 온전히 자신에게 넘어왔을 때부터 배가 살살 아팠었다. 배를 붙잡고 방문을 열자 팔에 깁스를 하고 누워있는 콘도가 눈물을 질질짜며 자신을 맞이했다. 배가 아픈 것 뿐만 아니라 두통까지 일어나는 기분에 절로 인상을 찌뿌렸다. 적당한 무시와 공감을 대충 둘러대면서 밀린 서류를 처리했다. 히끅거리면서 오타에에게 거절당한 하루 스토리를 장황하게 펼치던 징징거림이 멈춰지자 겨우 한숨을 돌리고는 밖의 야마자키를 불러 보고서를 받았다. 여전히 발전하지 않는 7살짜리의 보고서를 무표정으로 북북 찢으며 밖에서 얌전히 정좌로 앉아있는 야마지키를 한번 차 주고는 밖으로 향했다. 부, 부장님? 어디 가세요?!? 오늘따라 한층 더 하이톤인 야마자키의 물음을 간단히 무시하고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오늘 나한테 왜이러냐. 한숨을 푹 쉬고는.
노을이 지는 시간이었다. 하루가 너무 길었다. 소고부터 시작해서 신센구미 대원들, 콘도, 마지막을 정갈하게 장식한 야마자키까지. 자신의 주변인들에 의해 너무나도 스트레스를 받아 하라다처럼 머리가 홀랑 벗겨지는 건 아닌지, 한숨이 멈춰지지 않는다. 방황하던 발걸음은 정신을 차려보니 뒷산 언덕에 오르고 있었다. 여긴 왜 온거지. 낮 동안의 너무 많은 스트레스로 정상적인 뇌 회전이 안되는 히지카타는 그저 몸뚱아리가 이끄는 곳으로 향할 뿐이었다. 오르고, 또 올랐다. 아니, 이 산이 이렇게나 높았나? 숨소리가 거칠어지고 땀이 몽글몽글 맺힐 때 쯤, 커다란 나무가 보였다. 여름의 계절에 맞게 초록 옷을 입은 나무 한 그루가 당당히 서 있었다. 점점 안정되는 호흡을 마치 남의 감각이라도 된 듯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모든 신경을 빼앗겼다. 뒷산에서 가장 높은 곳에 서 있는 나무 뒤로는 정말 아름답게 물들고 있는 저녁 노을이 동공이 열린 히지카타의 두 눈 가득 채워졌다.
다시 발을 움직여 나무 아래로 간 히지카타는 그대로 드러누워 이번에는 하늘에 펼쳐진 노을을 바라보았다. 노을은 짧아 더욱 아름다워 라는 구절을 오타에에게 바치는 시로 쓴 콘도의 모습이 잠깐 머릿속에 나타났지만 노을 앞에서는 스쳐가는 기억일 뿐이었다. 점점 저물어가는 노을을 보면서 이번에는 벚꽃축제가 아니라 노을 축제겸 밤의 축제를 하는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다. 자켓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인다. 노을을 보면서 술을 한잔씩 간단하게 걸치고 밤에는 광란의 파티를 하는거아, 소고 이자식은 밤 되면 돌려 보내야지. 미성년자가 은근슬쩍 술 마시는데 경찰이 그러면 안되지, 암. 술은 한방울도 마시지 않았지만 축제를 할 생각에 정신이 알딸딸해지면서 의식의 흐름대로 생각하는 건 어쩔 수 없어, 스트레스 때문인걸, 이라고 멋대로 정의해 버린 히지카타는 결국 의식의 흐름에 몸을 맡겼다. 그러고 보면 벚꽃축제할 때마다 방해하던 해결사 자식, 이번에도 방해할려나? 아직 확정난건 없지만 노을에 취한 히지카타는 아무도 말릴 수 없었다. 이야기가 새는데, 음, 어쩔 수 없지. 이 노을 너무 아름다운걸. 근데 해결사가 있으면 더 재미있을 것 같은데. 음, 콘도상이 초대하려나? 그럼 내가 딱히 초대 안해도 같이 할 수 있는 것인가? 이 노을을 너에게도 보여줄 수 있는 것인가? 오늘 술 마신것도 없는데 취했나? 내가 왜이런 생각을 하지? 그만 생각할래. 타들어가는 담배의 재를 털어낼 생각도 하지 않은채 멍하니 누워있는 히지카타 위로 뜨거운 재가 아슬아슬하게 흔들릴때였다.
"여, 오오구시군. 여기서 뭐해?"
"...해결사."
불쑥 히지카타의 시야에 가득 찬 곱슬거리는 은발의 사나이가 히죽이며 인사를 건냈다. 아름답게 저물어가는 노을을 가린 긴토키의 은발은 노을빛으로 물들었다. 멍하니 바라보니 만져보고 싶었고 만진 두 손에 노을이 묻어 나올 것 같았다. 손을 움직여 생각을 실행하는 대신에 히지카타는 눈썹을 찌뿌리며 퉁명스럽게 말을 내뱉었다.
"비켜. 네놈 때문에 노을이 안보이잖아."
"에? 귀신부장님이 이렇게나 감수성이 깊은 분이었어? 몰랐는걸~"
"별로 그렇지도 않거든."
한모금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뱉으려 담배를 입안에서 빼려 하자, 그때서야 담배가 더 이상 필 수 없을 정도로 짧아졌다는것을 깨달았다. 용캐도 재가 떨어지지 않았네. 머리를 긁적이던 히지카타의 옆에 긴토키가 과장스럽게 앉았다. 시선 한번 돌리지 않는 히지카타를 일방적으로 보던 긴토키도 히지카타로부터 시선을 돌리고는 머리를 긁적였다.
"여기가 노을이나 별이 있는 하늘이 잘보이는 명당이걸랑. 내 비밀 장소였는데, 이제는 아니게 되었네."
"불만이냐."
"뭐, 딱히 그런건 아니고."
"네놈 소유지도 아니잖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곳이라고."
"비밀 장소였다니까? 누구나 마음속에 간직하는 비밀을 남에게 들킨거라고?"
"대단한 비밀도 아니구먼."
"반했다는 듯이 황홀하게 바라보던 이가 누구더라~"
"그걸 어떻게 알아!!"
"긴상은 여기 이용만 몇년차인데~ 그걸 모르겠어?"
"아앙?! 난 모른다고!"
"알아. 내 표정이 딱 그랬으니까 누구보다 더 잘 알지."
"윽,"
잘 보여주지 않았던 미소를 은은하게 깔고는 다정하게 말하는 긴토키가 어색하기만 한 히지카타는 어쩔 줄 몰라하다 결국 시선을 피해버렸다. 귀가 달아올랐지만 히지카타에게는 보이지 않아 모른다는 사실에 긴토키는 더욱 진하게 미소를 지었다. 손을 올려 히지카타의 귀 바로 뒤에서 허공을 만지작거린다. 신경을 집중하면, 히지카타의 귀를 만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원래는 몇초만에 바로 손을 내렸지만, 이날따라 내려가지 않는 손에 오랫동안 만지작거렸다. 히지카타의 고개가 돌아와서야 겨우 손을 내렸다. 잔뜩 얼굴을 찌푸리는데 하나도 위협적이지 않았다. 결국 소리내서 웃어버리니, 뭔가 할 말 있듯 입을 달싹거리더니 한숨을 푹 쉬고는 다시 하늘로 시선을 옮겼다. 이제는 노을 지는 풍경도 끝나고 별이 하나 둘 빛나는 깜깜한 저녁하늘이 물들어 가고 있었다. 한동안 히지카타를 보던 긴토키는 품 안에서 혼자 즐기려던 술을 꺼내 히지카타를 툭툭 친다.
"너… 여기까지 와서 술을 마시겠다는 거냐…"
"어쩔수 없거든~ 하세가와씨는 요즘 야간알바 뛰시고 해결사에서 마시자니 카구라가 한국 드라마에 빠져서는 거실 지박령이 되었고 혼자서 마시려니까 술이 맛이 없거든. 뭐, 비밀 장소에서는 쭉쭉 들어갈 것 같아 챙겨왔는데 생각지도 못한 동행인이 있을줄이야. 긴상도 상상 못했거든?"
"…잔, 있냐?"
쪼르륵, 빛깔 좋은 술을 따르면서도 긴토키의 입은 쉬지않고 움직였다. 이 술이 선술집 아저씨한테서 받은건데, 외상값은 절대 안된다고, 성실한 긴상을 외상값만 늘리는 파렴치한 사람으로 취급하면서까지 어떻게든 값을 절대 받겠다고 한창 언성을 높였다고, 결국 반만 선불하고 나머지는 외상으로 달아 놓았다고, 승자는 긴상이라고 장황하게 늘어놨다. 들고 있는 술잔이 그림의 떡이 되는 듯한 느낌에 히지카타는 긴토키의 다리를 발로 차 이야기를 끊고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좋은 풍경, 적당한 날씨, 짜증나는 상대이지만 술친구로는 좋은 상대… 진선조에서는 항상 껌딱지처럼 붙어있는 소고때문에 술을 잘 못마시고, 한번 술잔을 들면 기절할때까지 마셔대는 대원들과 상사를 두었기에 히지카타는 지금 마시는 술이 너무나도 달콤했고 황홀했고 그 때문인지 마요네즈를 뿌린 듯한 착각을 했다. 긴토키의 어울리지 않는 혼잣말도 없고 고요한 저녁 비밀의 장소는 히지카타를 평소보다 배로 알딸딸한 상태로 만들어버렸다. 술은 긴토키의 말대로 아주 좋은 술이었다. 오랜만에 마시는 술이기도 했고 모든 조건이 너무나도 완벽해 히지카타는 술을 애용하는 커피처럼 들이부었다. 어이어이, 너무 빠른거 아니야? 옆에서의 긴토키의 걱정을 안주삼아, 히지카타는 결국 잔에 술을 부은 지 10분도 되지 않아 취해버렸다.
"어이,"
"…."
"열린 동공."
"...닥쳐, 동태눈까알…"
"귀신 부장."
"뭐, 이, 붹수 해겨르사아~…"
"한마디를 그냥 안넘기네."
"씨꺼… 와서 수리나 따루란 마리다… 수우르!!!"
네이, 네이. 입 안 가득 웃음을 머금고는 긴토키는 고분고분 히지카타의 잔에 술을 따랐다. 가끔 마주치는 히지카타와의 술친구 관계는 그 누구에게도 말한 적 없는 작은 행복이었다. 카구라가 긴쨩이 생각났다면서 양보한 당고의 마지막 한입이라던가 신파치의 힘이 빡 들어간 아침이라던가 그런 아주아주 희귀한 작은 행복도 소중하지만 이것도 만만치 않게 소중했다. 흔히 볼 수 없는 히지카타의 애교아닌 애교와 잔뜩 풀어진 모습이라던가 휘청휘청 거리다가, 봐봐 이렇게 무방비하게 나한테 폭하고 기대는 거라던지, 나만 볼 수 있는 그런 의외의 모습이잖아. 긴토키는 잔뜩 예민해져서 굳은 한쪽 팔과 어깨에 온 신경을 집중하면서 이 순간을 언제든 꺼낼 수 있게 순간순간을 저장했다. 긴토키가 사랑스러워 어쩔 줄 모르는 히지카타의 가장 큰 포인트는 역시 자신이 취한 줄 모르는 것이다. 혀는 잔뜩 꼬였고 세상은 빙글빙글 돌아갈텐데도 불구하고 히지카타는 자신이 취하지 않았다고 굳게 믿곤 했다. 취했다고 하면 화를 팍 내면서 아니라는데 그 모습에 키스를 하지 못할 정도로 사랑스러웠다.
"히지카타,"
"...으응…"
"별이 쏟아진다."
마음속에 별이 하나둘씩 쏟아지는 줄 알았는데 한꺼번에 후두둑 떨어진다. 히지카타는 숙취에 시달리곤 했는데, 그 초췌한 모습에 걱정되어서 다가가면 술을 마셨다는 기억마저 홀라당 날라간 적이 다분했다. 그걸 알면서도 몸은 히지카타에 자동반사되는 것을 긴토키는 딱히 큰 제지를 하지 않았고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별이 마음속에서 반짝반짝 빛나는데 사소한것에서 빛을 잃기에는 별이 너무 아름다웠다. 그러다보니 술친구는 일방적인 긴토키만의 용어가 되어버렸다. 이상하게도 긴토키는 이 부분은 욕심을 내곤 했다. 굳이 기억도 못하는 히지카타 옆에서 일부러 능글맞게 버터에 절인 말투와 대사를 골라내서 히지카타 앞으로 내놓는것이다. 한번은 오키타가 언제나의 당고집에서 히지카타와 약속을 잡고 술을 마시는 거냐고 질문을 했을때 대답을 하지 못했다. 아니기도 했지만 긴토키의 능글거림을 옆에서 본 오키타의 질문에 술친구의 정의에 호흡을 일순간 멈출 정도로 두들겨 맞았기 때문이다. 그때 긴토키는 당고를 입으로 가져다 먹지 못하고 볼에 쿡쿡 찌르면서 입은 벌리고 있어 오키타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았지만 기억하지 못했다. 일방적에 욕심을 내도 되는 걸까? 손익을 자주 따지던 긴토키는 이날 오키타를 잡으러 온 히지카타 얼굴에 술친구의 정의를 새로 썼다. 내가 술친구라고 하면 술친구야, 내가.
"알ㄹ고오 잇써…"
"뭐가?"
"너에궤… 듣귀 줜부터어~"
"….?"
"이 모든거얼…"
몇 달 전, 긴토키는 모르는 히지카타의 해결사 방문이 있었다. 유일하게 주변에서 안경을 쓰는 신파치에게 볼일이 있다는 말에 놀라면서도 후다닥 차와 간단한 과자를 내오면서 진지하게 저희 누나는 안돼요. 라고 말을 해서 오랜만에 웃기도 했다.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보이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냐는 두리뭉술한 히지카타 질문에 신파치는 어리둥절했다. 굳이 따지자면 냉철하고 누구보다 객관적이고 이성적일 히지카타의 감성적이고 알 수 없는 말은 데이터에 없을 뿐더러 나온다는 계산도 없었다. 그럼에도 침착하게 해결사로써 진지하게 대답하는 신파치에 히지카타는 긴토키가 안경을 쓰지 않았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질문자 후보에도 올라갔다면 히지카타에게 답은 없었을 것이다. 둔소에 돌아와서 신파치의 엉뚱한 대답을 만지작거렸다. 그리고 한번 써 보았다. 그리고 삐져나오는 웃음을 막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다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그사이 줄줄이 체포되어 둔소앞에서 소란을 피우는 긴토키를 필두로 카구라와 신파치가 피켓을 들고 고래고래 소리지르면서 진선조 대원들을 밀쳐내고 있었다. 처음으로 보이는게 망할 해결사라니, 히지카타는 웃음을 막느라 씰룩거리는 입가를 한번 더 막아보고 벗고서는 칼을 챙겨 방을 나섰다. 긴토키에게 얻어가면서 필사적으로 막던 야마자키가 나오는 히지카타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히지카타는 결심했다.
'안경을 써 보시는 건 어떠세요?'
멋진 대사가 아니어도 주저하지 않아.
"히지카타?"
잠든 히지카타는 깊은 숨을 들이마시었다 내쉬면서 긴토키의 질문에 대답했다. 모든걸 알고 있다는 말에서 불끈 주먹을 쥐었지만 바람 빠진 풍선처럼 다시 흐물해진 히지카타에 어느새 주먹은 히지카타의 말랑한 볼을 가볍게 감싸쥐느라 풀려있었다. 새로 정의도 내렸다, 더는 욕심을 내지 말까. 는 다음날이면 부정할 헛된 불순과 모순에 내일의 긴토키가 비웃었지만 현재의 긴토키는 술을 마지막으로 한잔 쭉 들이키고는 히지카타가 깨지 않게 조심조심 자리를 정리했다. 히지카타의 저 멀리 사라진 필름에는 이런 긴토키의 남모를 배려라는 것을 본인은 절대 알지 못할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조심히 나무에 기대게 하고는 챙겨온 담요를 조심히 덮어주고는 긴토키는 일어서 히지카타를 내려보았다. 언제부터인지 기억도 안나는 사랑은 언제나 새로웠다. 다른사람에게는 똑같은 일상과 조금 벗어난 술주정이지만 긴토키에게는 지난번의 기억이라는 그림에 새하얀 종이를 덮고 새로 그리는 것처럼 새로웠고 설레였다.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미소를 지으면서 언젠가 당사자에게도 의미없이 보여줄 날을 가볍게 희망하면서 긴토키는 시원한 새벽공기를 한껏 들이마시면서 해결사로 향했다.
"어이 해결사."
"어, 엉? 긴상?"
"그래, 여기서 멍청한 얼굴로 당고를 먹는 사람이 너말고 더 있겠냐?"
"너무하네, 멍청한 얼굴이라니."
"잠깐 이야기 좀 하자."
"...뭘?"
"일단 어제 담요다."
"어제, 어, 어? 히지카타 기억해…?"
"술 마시기 전까지만. 너밖에 없으니 너꺼겠지. 세탁했지만 세탁비는 필요없다."
"세탁비가 문제가 아닌데…"
"어제 못했던 말이 있는것 같아서."
"어?"
"너가 말하지 않아서 내가 이야기하는데,"
"잠시만?!?"
사랑에 이유는 없다. 자신의 기분을 외면하면서 남들을 따라하는건 이제 그만두기로 했다. 울고 싶을때 웃는건 나이를 먹어도 슬프고 먹먹한 기분이었다. 그런 기분에 웃고 싶을때 웃게 한 건 노을을 등지고 등장한 긴토키였다. 안경을 쓰면서 보이는 건 긴토키였다. 답은 긴토키였다. 답은 이미 쓰여져 있지만 헛돌아 헤매인 자신이 웃길 따름이다. 어쩌면 술에 취했음에도 하늘을 바라보는 긴토키가 선명하게 기억나는게 기적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주저하지 않는다.
"우리 사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