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혼

[오키카구] 그것은 나의 것이었다

우리_은하 2019. 3. 14. 13:34



오키카구 화이트데이 합작에 참여한 키로입니다!!! 존잘님들의 쩌는 글과 그림과 만화는 아래의 링크에서 즐겨주세요!! 5파트를 나누었을뿐 별다른 수정은 없습니다. 주최자님 참여해주신 모든 존잘님들 수고하셨습니다ㅠㅠ 그리고 감사해요ㅠㅠㅠㅠ(행복




갓합작주소:
https://m.blog.naver.com/ah_oh5/221487915405






1.

나는 잘 알고 있다. 정확히 한달 전, 네가 받은 산더미처럼 쌓인 초콜렛들을. 너의 취향은 하나도 반영되지 않은, 길가를 조금만 걸어도 쉽게 얻을 수 있는 흔하디 흔하고 달디 단 초콜렛들이 하나둘씩 차곡차곡 쌓여 너의 책상은 나무젓가락 하나도 세우지 못할 정도로 꽉 찼다. 무표정하게,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 준비해온 봉투에 초콜릿들을 쓸어담은 너는 조례 1분전 여유롭게 들어왔다. 초콜렛은 핑계고, 너와 말 한마디 섞어보고 너의 얼굴을 몇초라도 보고 싶어 지갑을 연 아이들을 비웃기라도 한 듯 너는 그날 하루종일 초콜릿을 직접 건네받지 않았다. 아침 일찍 책상위에 초콜릿을 올려놓지 못한 아이들은 너가 앉아 있어야 할 의자위에 올려진, 벌써 초콜렛이 한가득 담긴 봉투에 넣어야했다. 그것을 한반에서 모두 두 눈으로 똑똑히 봐 놓고는 왜 몰랐을까. 오늘은 화이트데이고 화이트데이는 남성이 여성에게 사탕같은 간식을 주는 날이라는 것을. 가방걸이에 걸어놓지 못하고 무릎 위에 올려놓은 가방이 너무나도 무거웠다. 정성스럽게 포장한 초콜릿을 아주 살짝 벌려놓은 틈 사이로 슬쩍 내려다 보면 그래, 초콜릿은 잘못 없다. 어제 저녁 부엌을 한바탕 뒤집어 놓고 나온 결과물은 디저트에 깐깐한 긴쨩도 무의식적으로 탄성을 내뱉었다. 잘못이라면 날을 착각한 나다. 대체 왜 그날 수북히 쌓인 초콜릿들을 보면서 빈 손을 의심하지 않았을까? 적어도 매점에서 파는 평범한 초콜릿이라도 봉투 속에 슬쩍 넣을 걸 그랬다. 이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했을텐데.
슬쩍 분주한 반을 눈에 담았다. 화이트데이를 핑계 대면서 초콜릿을 준 썸녀에게 보답을 하는 썸남들의 훈훈한 모습이 연출되었지만 그건 나와 상관이 없는, 저세상 풍경이었다. ‘도대체 오늘이 왜 남자가 주는 날이냐, 해? 지난달 주는 것을 잊은 여자는 영영 기회를 놓치는 거냐, 해?’ 생각할수록 억울하고 또 억울해서 모양을 잡느라 갖은 고생을 하면서 만든 초콜릿이 가방 안에 들어있다는 기억이 홀라당 날아가 버렸다. 품속에 안겨져 있는 가방 속에서 포장지가 우그라지고 초콜릿이 뭉개지는 느낌이 생생히 느껴져 그대로 몸이 굳어버렸다. ‘세상에 금붕어보다 아이큐가 낮은거냐, 해? 진짜 사디가 말한대로 나는 금붕어 이하인거냐, 해?’ 주고 싶은 상대이자 받고 싶은 상대의 빈 의자를 향해 책상에 엎드리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미 포기한 초콜릿의 각 잡힌 모양을 머릿속에서 애써 지우니 건네줄 생각이 절로 떠올라 두통에 고통받으며 눈을 감으니, 정말 낯설게 너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졌다. 나를 걱정하면서 다정하게 내 머리를 쓰다듬어줄 그런 너가 너무나도 필요했다. 불안감과 초조함과 죄악감에 짓눌려 끙끙 앓는데 정말로 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늘은 조례 시작도 전에 숙면이냐? 이럴거면 학교 왜 오냐.”
“아슬아슬하게 온 사람에게 듣고싶지 않다, 해.”
“이상하다, 든 게 없어서 가벼워야 할텐데. 왜 차이나의 머리가 앉은채로 들려진걸 한번도 못봤지?”
“시비털지 말고 가라, 해.”

너는 어깨를 한번 으쓱하더니 자리로 가 앉는다. 엎드린 내 시선은 여전히 너의 자리에 고정되어 너의 행동은 뒷자리인 나에게 다 보였다. 책상 뒤에서 말을 걸더니 마지막으로 웅얼거린 말에는 옆에 서서 삐딱하게 나를 불만스럽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일부러 너가 나를 보지 않을때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려 너를 한가득 담아냈다. 지루한 수업시간에 언제든 꺼내볼 수 있게. 수업 준비를 위해 가방속에서 책들을 꺼낼 때 툭 떨어진 물체가 시선을 끌었다. 투명한 포장지에 가득 담긴 하얗고 폭신폭신한 마시멜로를 한껏 모아 포장지를 고정시킨 새빨간 리본이 도드라졌다. 눈을 느리게 감았다 떠도 빨간 잔상이 아른거렸다. 눈이 아팠다. 서둘러 주워 가방속에 쑤셔넣는 너의 손가락 끝이 떨린걸 나는 잘 알고 있다.


2.

코를 틀어막고 싶었다. 밤새 한숨도 자지 못해 해가 뜨고 나서야 겨우 선잠에 들어 아슬아슬하게 일어났다. 버스정류장까지 달려갔다가 가방 속 들려야 할 포장지의 부스럭거림이 들리지 않아 다시 집까지 뛰어갔다왔다. 아침선도의 일을 마친 선도부 틈에 끼어 자연스럽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면서 숨을 고르고, 흐트러진 앞머리를 정리하고, 일부러 운동화 코를 엘리베이터 바닥에 쿡쿡 찍으면서 심장의 떨림을 최대한 먼곳으로 집중시키려 했다. 열려있는 문을 통과하면서 곧장 너에게로 향했다. 엎드린 너에게서 원하는 반응이 나오지 않으니까 지난달의 조용한 너가 떠올라 일부러 더 한껏 비아냥거렸다.
지난 달 집에 와 방 가득 쏟아낸 초콜릿 중에서 너의 것은 단 한 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마지막 초콜릿을 다시 봉지에 넣으면서 난생 처음으로 울면서 웃었다. 너가 나에게 초콜릿을 주지 않았다는 슬픔과 빈손으로 등교한 너에게는 의리 초콜릿을 줄 초콜릿조차 없었다는 사실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별로 울지도 않았지만 퉁퉁 부은 눈에 얼음 찜질을 하면서, 이왕 하는거 내가 먼저 해서 바보같은 너의 표정을 볼 것이라는 다짐을 하면서 착실하게 준비했다. 선물 오케이, 오늘 컨디션 오케이. 모두 오케이였다. 너가 끌어안은 가방안에서 새어나온 달큰한 초콜릿의 향만 낫오케이다.
여전히 고개를 들지 않은 너의 얼굴이 야속하다. 이 감정의 끝을 매일같이 갱신하면서 나에게 알려주고 있다, 너는. 발 넓고 인기 많은 너가 왜 초콜릿을 받지 않았다는 가정을 당연하다는 듯이 확신했을까.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혼자 착각하고 혼자 뿌듯해했다. 목소리가 떨리지 않았는지 신경조차 쓰이지 않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마시멜로가 든 선물이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마치 너에게 마시멜로를 건내주는것도, 고백을 하는것도, 보고 싶은 바보같은 표정도 보지 못하고 나뒹굴고 있을 쓸모 없는 내가 겹쳐 보여 서둘러 주웠다. 서둘러 자기 최면을 해보지만 한번 올라온 의심은 곧 뇌를 차지해 온몸에 긴장을 가득 퍼트렸다. 마시멜로를 우겨넣으면서 새빨간 리본의 형태가 우그려지는 것을 보면서 눈썹을 있는힘껏 찌뿌렸다.
쉬는 시간에 화장실을 갔다 오면서 너와 긴파치가 함께 있는 것을 봤다. 긴파치의 길을 막으면서 손짓발짓 동원하면서 무엇인가를 열심히 설명하더니 답답하다는 듯 빽 소리를 질렀다.

“그게 아니라, 아침에 달라고 했잖아!”
“아니 내가 그걸 왜 줘야하냐고.”
“긴쨩이 준다고 약속했다, 해!”
“그건 긴파치가 아니라 킨파치야.”
“그건 또 누구냐, 해!”

뭐를 줘? 둔하디 둔한 긴파치가 유일하게 생기를 내며 빠릿해지는 걸 안다. 그리고 오늘은 그것을 남자가, 주는,
토할 것 같은 울렁거리는 기분을 겨우 붙잡고 일부러 너와 긴파치 옆으로 지나갔다. 제발 평소처럼 입에 달고사는 다시마 초절임이라던지, 매점에 갈 돈이라던지, 내가 생각하는 최악의 일만 아니길 간절하게 빌었다. 그래서 도에스의 쩌는 말빨이 필요하다, 해!를 말하면서 나를 붙잡아주길 바랬다. 그러나 당황한 듯 입을 다물어버린 긴파치에 가슴이 내려앉더니 눈을 피하면서 황급히 자리를 뜨는 너에 산산조각이 났다. 아무렇지 않은 척 긴파치를 지나 반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깨진 유리검의 잔해에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고 멍청하게 서 있었다.


3.

곧 수업종이 학교 구석구석까지 울렸고 각자 반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의 소리까지 모두 사라지고 나서야 입을 막고 있던 손을 떼었다. 선생님들도 잘 모르는 2층 계단 옆의 작은 공간. 긴쨩 말로는 1층으로 내려가려고 만들었다가 계획이 틀어져 만들다 만 비밀의 장소다. 어차피 다음 시간은 긴쨩이니까, 알아서 잘 해주겠지. 눈을 감으면 너가 떠올랐고 자연스럽게 붉게 빛나는 너의 눈동자가 생각이 났다. 서둘러 눈을 번쩍 뜨고 무릎을 끌어안는다. 너가 언제 그런 깜찍한 일을 준비했는지 나는 전혀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사흘전 같이 하교할때만 해도 사이좋게 밴드를 나누고 헤어졌다. 자잘한 상처가 많았던 너를 믿어서는 안되었다. 작은 밴드는 입술 옆에 떡하니 자리잡은 크고 퍼런 멍을 가리기에는 택도 없었다. 그럼에도 밴드를 쓰지 못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일부러 아무런 조취도 취하지 않고 학교에 갔다. 난리난 친구들 사이로 너의 뒤통수가 보였다. 그래, 너는 나에게 빌미를 제공하고 나는 무반응인 너를 의식하면 되었다. 이거면 된 줄 알았는데 욕심이 커져서 내가 너를 의식한다는 것을 너도 알아주길 바랬다. 너가 떨군 마시멜로처럼 폭신폭신한 아이에게 고백을 하고 달달한 연애를 하는 동안 나는 뭉개져 처참해진 초콜릿을 먹고있을 것이다. 아, 또다시 너가 떠오르는데 눈을 마주칠 수 없다. 나는 상상으로도 너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지경까지 왔다. 눈을 뜨자니 너가 보이는 환상이 일어나고 눈을 감자니 어둠속에서도 혼자라는 기분에 감을 수도 없었다. 무릎을 끌어안고 이대로 잠들고 싶은 생각이 가득했다. 잘 참았는데, 너가 누군가와 사귈때도 나는 잘 참았는데. 왜 지금에서야 무너진걸까.
발이 보였다. 보일수가 없는 발인데. 반장은 너가 아니다. 긴파치는 오늘 촌스러운 줄무늬 양말에 핑크색 슬리퍼를 신고 왔다. 설마하는 마음에 고개를 든다. 내가 이래서 너를 놓지 못하고 이 불필요하고 거슬리는 감정을 질질 끌고 있다.
반에 돌아간 것은 수업 한교시가 홀라당 날아갔고 쉬는시간이었다. 얼굴은 딱딱하게 굳혀놓고는 아프지 않게 주먹으로 정수리를 꾹 누른 긴쨩은 얄궂게도 결석으로 처리했다. 출석부를 소리나게 덮은 내 앞에 너가 서 있었다. 여전히 빌어먹게 잘생긴 얼굴로.

“어디갔었냐?”
“알 필요 없다, 해.”
“이건 긴파치가 준거냐?”
“긴쨩 아니다, 해. 히,”
“히?”

히사시군이 준 사탕이 가득 든 커다란 사탕을 힐긋 보면서 당황했다. 왜 히사시군이라고 말을 못한거지? 멍청하게 입만 벌리고 사탕을 뚫어져라 봤다. 그러다 문득, 너가 어떤 얼굴일지 궁금해졌다. 지금도 그렇다. 쉬는시간에는 웃긴 그 안대를 쓰고 잠만 자던가 화장실만 가던 너가 일어나서 교탁 앞에 있는 나에게 말을 걸었다. 너무 억울해서 한 대 치고 싶었다. 또 나만 이렇게 전전긍긍하지. 나만 너를 의식하지.

“못생긴 얼굴 자랑하냐? 점심시간에 시간 좀 내줘라.”
“점심시간?”
“할 말이 있어.”

뭔데. 왜 귀끝은 빨개지는건데. 왜 눈을 못마주치는 건데. 왜 자꾸 여지를 주는건데.


4.

4교시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어느 과목인지, 누가 들어왔는지 시간표를 보고 겨우 알아내 책을 펼친게 전부였다. 포장지를 고정시켜주는 빨간리본을 팽팽하게 당겨 아침보다 더 나은 리본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마시멜로를 괜히 한번 꾹 눌러봤다. 그 작은 행위에 멈췄던 심장을 누르면서 다시 뛰기 시작했다. 입을 열 수 없었다. 입을 열면 심장이 튀어나와서 눈치없게 뛰어댈까봐 입을 꾹 다물고 시간만 빨리 가길 간절히 바랬다.

“소고, 점심 먹으러 가자.”
“아, 저는 오늘 패스입니다.”
“뭔일 있냐? 지난교시 하나도 집중 못하던데.”
“죽을 날 다가왔냐, 상관말고 가라.”
“그 정신없는 짓을 내 옆에서만 안하면 나도 상관 안하거든?”
“오늘 잘 안풀리면 너 탓이다, 히지카타야.”

그래도 농담으로 조금은 진정된 가슴에 침착하게 마시멜로를 챙겼다. 마지막 한명까지 나가고 나서 정적인 교실에는 너와 나밖에 없다. 너가 가만히 내 뒤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친절하고 잘 웃고 인기많은 너가 내 앞에서는 생각이 많아지고 고민하고 안절부절 못하는게 너무 좋았다. 이런 거 아무도 모르잖아. 망할 긴파치도, 망할 히 어쩌구도. 그래서 더 기달렸다. 다가오지 않는 너와 기다리는 나. 관계가 진전이 안돼서 전전긍긍하는 사람은 너만이 아니다. 너무 커서 가방 밖에 삐죽 튀어나온 대형 사탕 모양의 통이 눈에 밟히고 너의 입에서 나올 부정적인 말만 자꾸만 상상되어 멋진말도 준비하지 못했다. 이왕 마시멜로를 건낼 때 내것 말고는 필요없어, 하면서 사탕을 던져 버릴까?

“할말이 뭐냐, 해.”
“사탕 맛있어 보인다?”
“...? 사탕은 언제나 다 맛있다, 해.”
“이럴때는 맛없다고 해야지. 금붕어 차이나.”

이해하지 못한다는 얼굴로 잔뜩 찌푸린 너가 나를 내려다본다. 서랍 안에서 폭신한 마시멜로를 누르지 못한 채 나는 기다렸다. 장장 2년을 기달렸다. 화이트데이날, 마시멜로를 학교 근처 놀이터에서 친구와 마시멜로를 구워먹는 너에게 반해서 이날을 준비했다. 너는 알까. 모르겠지. 다가오지 않은 너에게 내 말은 닿지 않았다. 그럼 이거는 어떨까?

“이거,”
“너거야.”
“폭신폭신 아이에게 주는거 아니었냐, 해?”
“너는 너를 폭신폭신하다고 셀프 모에하냐?”

받아들지 않고 가만히 바라보기만 하는 너에게 다시 한번 더 마시멜로를 건냈다. 빨간리본이 흔들리면서 너의 눈동자도 같이 흔들리더니 뒷걸음질쳤다. 붉은 리본은 마시멜로만 묶은게 아니었다. 뒷걸음치는 너도 같이 묶었다. 2년을 기달렸다. 그 2년이 낯설기만 하다. 2초도 못기다리겠다.

5.

묶인 빨간리본을 가만히 내려다보면서 카구라는 확신했다. 계단 아래서 마주치지 못하던 너의 눈동자를 이제는 바라볼 수 있고 지금이 금붕어 기억력을 보여줄 차례라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오키타와 눈을 마주했다. 망설임 없는 시선에 담긴 의미를 오키타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상관없다는 듯 미련없이 몸을 돌려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 카구라는 가방 속에서 초콜릿을 꺼냈다. 카구라가 몸을 오키타는 돌렸을때부터 이미 자리에서 일어났고 다시 돌아올 때 점점 굳어가는 오키타의 얼굴을 보고도 카구라는 군더기 없는 자세로 오키타에게 초콜릿을 건냈다. 카구라의 눈동자에 비친 표정이 아마도 카구라에게서 오키타가 보고 싶었던 이상적인 표정일 것이다.

“받아라, 해.”
“진짜냐...”
“누굴 생각한거냐, 해?”
“긴파치랑,”
“응.”
“...히,”
“히?”
“너가 히만 말했잖아. 저 사탕 내놔. 압수야.”
“왜! 히사시군이 나한테 줬다, 해!”

알거 없잖아. 재빠르게 카구라와 가방 사이의 빈 공간으로 손을 뻗은 오키타는 순식간에 사탕을 높이 들어올렸다. 커진 눈으로 발꿈치를 힘껏 들어보지만 슬프게도 카구라와 오키타의 키차이는 노력으로 메워질 간격이 아니었다. 만족스럽게 웃는 오키타의 손에 들린 마시멜로를 빼앗고는 카구라도 만족스럽게 웃으면서 말했다.

“압수다, 해.”
“그거 원래 너꺼거든?”
“멍청이 치와와. 초콜릿 말한거다, 해.”
“내가 너꺼라고 말한거거든, 금붕어 차이나.”

뒤로 샥 숨겨버린 카구라의 초콜릿을 빼앗기 위해, 사탕을 과감히 포기한 오키타는 양 손으로 카구라를 가두어 초콜릿을 움켜쥔 손을 느릿하게 쓸었다. 손등부터 올라온 짜릿함과 간질거림에 초콜릿을 든 손에 힘이 빠지자 초콜릿을 확 뺏어버린 오키타는 그대로 카구라를 품에 안았다. 그 자세 그대로 포장지를 풀어 입안에 넣은 초콜릿은 달큰한 냄새에 어울리게 달큰했다. 지금 품안에서 바르작 거리는 카구라도, 입안도, 등과 머리를 누르는 손의 감촉도 모두 너무 달아서 한참을 안고 있었다. 마시멜로의 폭신함을 잔뜩 짓누르면서 카구라도 오키타의 품 속에서 얌전히 있었다. 자신을 안은 오키타에게서도 달큰한 향이 나서 품안에 더 들어가 깊게 숨을 들이마쉬었다.

“감사해라, 해. 수제다, 해.”
“...나도 수제거든?”
“이천엔, 다음에는 택을 떼는 세심함을 보여줘라, 해.”
“다음에 또 줘도 돼?”
“다음에는 더 달콤한거를 줘라, 해.”

응. 붉은 리본은 다음에, 카구라의 머리에 작게 입맞춤한 오키타는 다음을 기약했다. 하지만 바닥에 나뒹구는 빨간 리본을 신경쓰는 사람은 없었다. 아마 기세 좋게 일단 손은 잡았으나 곧 악력 대결로 이어진 두 남녀가 서 있던 자리에서 바닥을 쓸던 청소당번이나 교실과 어울리지 않는 빨간 리본의 존재에 의심을 품을지도 모른다. 리본에 찍힌 여러 발자국 중 카구라의 발자국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서로에게 집중해도 모자랐다. 아마 리본이 다시 등장할때는 두 사람 중 누군가의 목에 묶인채로 상대방에게 만족감을 한껏 줄 것이다. 어쩌면, 두 사람 목에 묶여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