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혼

[오키카구] 하나하키병

우리_은하 2020. 1. 18. 23:02

 

 

원래는 회지로 내고 싶었지만... 하나하키병이 저작권이 있어 회지가 불가능 하다는 것을 알고 웹공개 합니다! 시간 여유가 된다면 타커플링으로도 시리즈로 내고 싶네요

 

 

 

 

 

 

 

 

 

으웨에에에엑!!!”

 

문을 급하게 열고 가방도 벗지 않은 채 곧장 화장실로 들어간 카구라는 그대로 변기를 붙들고 토해냈다. 목구멍 끝에서부터 올라오는 이질감에 눈물이 맺혔고 한참을 변기에서 고개를 들지 못해 맺힌 눈물은 변기 안으로 뚝뚝 떨어졌다. 그러다 겨우 일어나 세면대에 걸린 거울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니 헛웃음이 나왔다. 땀과 미처 개워내지 못한 토로 얼굴은 엉망이었다. 숨을 헐떡일 정도로 뛰어왔으니 머릿속도 제대로 된 사고가 되지 못했다. 얼굴에 덕지덕지 붙은 머리카락을 뗄 생각도 못한 채 멍하니 세면대만 붙들고 있었다. 방금 전 일어난 일이, 너무나도 비현실적이여서 현실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다 또다시 올라오는 토기에 서둘러 변기로 얼굴을 들이밀고 어렵게 속을 게워냈다. 변기에서 올라오는 향긋한 꽃냄새가, 그제서야 지금이 현실이라는 것을 손가락 끝까지 일깨워 주었다.

 

9, 가을에 접어드는 어느 날. 평소와 같이 카구라는 가방을 챙기고 친구에게 인사를 건내고 교문 밖으로 나갔다. 그곳에서 딱 마주친 게 오키타 소고만 아니었다면 어쩌면 아침에 우연히 본 아침드라마의 하이라이트 노래를 흥얼거렸을지도, 쉬는 시간 친구들이 보여준 아이돌의 뼈 없는 흐느적 춤을 흉내 내면서 길을 걸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퉁이를 돌자마자 마주친 오키타는 카구라를 혼자 보내지 않았다.

 

너 이쪽으로 가?’

 

9월에 할 대사는 아니었다. 3월의 벚꽃 아래서 했다면 더 어울렸을 것이다.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오키타는 고개를 한번 까딱이더니 가방을 고쳐 매고 그럼, 같이 가자.’ 라면서 방향을 다시 틀었다. 오키타가 어느 집 방향으로 가는지 카구라는 몰랐다. 애초에 반에서 오키타는 남자아이들끼리, 카구라는 여자아이들끼리 어울렸기에 둘의 대화는 학년이 시작되고 처음이었다. 이번에는 카구라의 대답을 듣지도 않은 채, 오키타는 먼저 앞섰다. 이대로 오키타를 먼저 보내고 카구라는 나중에 천천히 가는 선택지가 있었지만, 집에 남아있는 아이스크림을 먼저 차지해야 했고 오키타가 두 걸음 정도만 걷다 다시 뒤를 돌면서 카구라에게 손짓을 했다. 왜 안 오냐는 그 무언의 손길에 저도 모르게 발걸음이 오키타를 따라간 것이었다.

 

당연히 어색한 침묵의 연속이었다. 학생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돈 라멘집을 지나, 가성비가 좋은 덮밥집을 지나, 횡단보도 앞에서도 둘 사이에는 그 흔한 학교 이야기조차 나오지 않았다.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카구라는 어색함을 참지 못하고 입술을 깨물었다. 옆에서 발맞춰 걷는 오키타의 발걸음에 온 신경이 쏠렸다. 조금이라도 늦춰지거나 빨라지지 않게, 사실 카구라는 대화가 오고 갔어도 집중하지 못했을 것이다. 오키타의 발걸음은 느긋했다. 느린것도 아니라 느긋했다. 카구라는 그 점이 좋았다. 걷는 속도를 카구라 쪽에서 맞추기가 쉬웠다.

 

저기 꽃집 알바형, 우리 학교 출신이래.’

 

더욱 걸음을 늦추더니 몸을 기울여 서로의 몸이 조금 더 밀착된 채 작게 속삭이는 말은 정말 터무니없을 정도로 쓸모없는 말이었다. 꽃집 앞에 알바생의 눈치가 보여 일부러 속삭인 건가 했더니, 그것도 아니었다. 파리만 날리는 한가로운 꽃집에 바쁜 건 지나가면서 카구라에게 속삭이는 오키타였다. 힐끔힐끔, 꽃집 한번, 카구라에게 한번, 다시 꽃집으로 돌아가는 시선은 산만하다 못해 거슬렸다. 도대체 왜 나에게 이러는 건지, 카구라는 전혀 추측하지 못한 채 불편한 오키타의 행동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불편한 상황의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전환 시키려는 행동일지도 몰라, 카구라는 겨우 그럴듯한 답을 찾았다. 같은 반에 있으면 보이는 오키타는 언제나 중심에 있는 사람이었다. 무리지어 대화를 할 때도, 무엇인가를 기획할 때도, 떠도는 헛소문에도 오키타는 언제나 그 중심에 있었다. 그렇기에 카구라의 기억 속에도 오키타는 언제나 말을 하고 있었다.

 

애쓰네, 라는 생각으로 살풋 오키타가 자신에게로 고개를 돌렸을 때 미소를 지었다. 오키타의 머리가 빛의 속도로 다시 돌려졌지만 카구라는 더 이상 오키타에게 신경 쓰지 않았다. 카구라의 집은 저 멀리 보이는 파란색 지붕이었다. 오키타가 어디까지 갈지는 모르지만, 자신이 먼저 도착하니 카구라가 신경 쓸 일은 아니었다. 꽃집을 지나고 다시 돌아온 어색한 시간에 카구라는 땅을 보고 걸었다. 하얀 운동화를 신은 왼발, 오른발, 다시 왼발, 오른발.

 

.’

 

언제 풀렸는지 오른발의 운동화 끈이 풀어져 신발에 밟혔다. 다행히 꼴사납게 신발끈에 걸려 넘어지는 불상사는 피했다 라는 안도를 하면서 카구라는 걸음을 멈추었다. 몸을 숙여 신발끈을 묶는데 집중해 보지만 생각대로 잘 되지 않았다. 이전까지 단 한번도 풀려지지 않았던 신발끈이었다. 당연하게도 카구라는 신발끈을 묶어본 적이 없었다. 왼발의 정갈한 리본과 비교되면 너무나도 엉성한 리본에 만족하지 못하고 풀었다 묶었다를 수십번, 갑자기 드리워지는 그림자에 고개를 들었다. 조용한 길 한가운데를 막고 선 것은 카구라만이 아니었다. 지는 노을에 그림자가 져 보이지 않은 얼굴로 오키타가 카구라 앞에 똑같이 쪼그리고 앉았다.

 

, 못묶어?’

‘...’

내가 묶어줄게.’

 

이번에도다. 오키타는 카구라의 의사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통보만 내놓고 카구라가 잡고 있던 끈 두 개를 아랑곳 않고 잡았다. 살짝 당겨지는 느낌에 저도 모르게 손을 떼자, 오키타는 기다렸다는 듯이 베베 꼬여진 끈을 푸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가까워진 거리와 훅 들어온 오키타의 얼굴에 당황한 카구라는 서둘러 일어섰다. 눈이 빠르게 깜빡여지고 심장이 쿵쾅쿵쾅 뛰는 것은, 이때의 카구라는 이렇게 결론지었다.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깜빡이 없이 침입을 해서 그렇다고.

 

끈을 묶는 것이 이렇게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일까. 동그란 갈색 머리통만을 빤히 쳐다보던 카구라는 오키타 뒤로 약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리는 머리카락을 만지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찰랑거리는 머리카락은 부드럽고 좋은 느낌을 줄 것이라고 확신했다. 손이 뻗어지고 닿으려는 순간, 오키타의 머리가 젖혀지면서 시선이 맞물렸다. 황급히 내린 손은 서둘러 등 뒤로 숨겼고, 시선은 오키타와 마주하기 전에 어색하게 피해버렸다. 그새 축축히 젖어버린 손바닥을 비비면서 불안에 휩싸였다. 봤을까? 봤나? 봤나봐!!! 심하게 흔들리는 눈동자를 진정시킨 것은 태연한 오키타의 목소리였다.

 

다 됐어. 왼쪽이랑 얼추 비슷한 것 같은데, 맞아?’

 

옆으로 슬금슬금 새어가던 시선이 아래로 정착을 했다. 얼추 비슷한 정도가 아니었다. 누가 봐도 한사람이 묶은 것 같이 완벽한 대칭을 이룬 신발끈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고맙다, -’

 

왜 시선을 피하고 있었는지, 왜 등 뒤로 숨긴 손을 가만히 두질 못하고 손가락을 꼼질거리고 있었는지, 모든 것을 망각하고는 이상행동의 원인을 정면으로 마주보았다. 대가는 잔인했다. 노을이 지면서 갈색 머리카락은 이전에 어두운 부엌에서 촛불 하나 키고 몰래 숨어서 긴토키가 마시던 와인 색과 똑같았다. 흔들리는 촛불에 비춰지는 어두운 붉은색. 카구라는 세상이 흔들리는 줄 알았다. 기척을 느낀 긴토키가 급하게 뒤를 돌아보면서 덜컹인 탁자에 맞춰 흔들린 촛불처럼 일렁인다는 착각이 들었다. 그리고, 정말이지, 오키타는 숨을 들이마시게 하고는 내시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노을과 오키타의 활짝 웃는 얼굴은, 그 어떤 명작과 비교가 되지 못했다.

 

그림자에 갇힌 기분이 들었다. 길게 늘어진 오키타의 그림자 안에 실재로 카구라는 안에 있었다. 그럼에도 갇힌 기분이 든 것은, 조금전까지만 해도 온 신경을 손가락에 집중하고 있었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축축해진 손가락 장난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어라, 카구라는 이 지경까지 왔다. 왜 오키타가 나를 보고 웃지? 손가락 장난을 치기 전에는 뭘 했지? 이전의 기억이 모조리 날라가 버렸다. 카구라의 바보같은 표정에도 오키타는 웃음을 거두지 않고 오히려 카구라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제 길을 갔다.

 

나 먼저 간다.’

 

단순한 변덕이었을까, 의도한 행동이었을까. 카구라는 오키타의 모든 행동들에 답을 내리지 못하고 의문만 잔뜩 끌어안은 채, 올라오는 이질감에 입을 막고 오키타가 시야에서 사라지자마자 달렸다. 달리고, 달려서 덜덜 떨리는 손으로 현관문을 열고 신발을 아무렇게나 던져놓고는 화장실로 곧장 향했다. 변기 아래로 쓸려 내려가는 꽃들은 막히지도 않고 부드럽게 자취를 감추었다. 여전히 올라오는 향긋한 꽃냄새에 얼굴을 찌푸려보지만 몸은 정직했다. 눈썹 사이에 주름을 잔뜩 만들어 놓고는 울면서 웃다니. 카구라는 거울을 보지 않아도 자신의 얼굴이 가관이라는 것을 알았다. 두 번을 게워내니 올라오는 꽃은 더 이상 없었다. 다만 입은 꽃을 토해낼 때 빼고는 열지 않았다. 울때도 꾹 다문 입은 방금전까지의 행동을 절대로 알리지 않겠다는 카구라 본인과의 다짐이었다.

 

카구라~ 너 향수 뿌렸어?”

, ?”

 

쉬는 시간에 자신을 흘끗 보더니 바짝 다가와서는 냄새를 집요하게 맡더니 질문한 게 이거였다. 쿵쾅거리는 가슴을 들키지 않으려고 정신을 바짝 차리면서 팔을 들어 냄새를 맡아 봤다. 자신의 냄새를 알 리가 없었다. 그러나 카구라는 알았다. 등교하면서 이제 막 깨어난 두 원수들이 배를 벅벅 긁으면서 꽃냄새가 난다고 말을 해 줬기 때문이다. 손가락 끝이 바르르 떨렸다. 시선 끝에는, 오키타가 있었다.

 

남자 무리에서 가장 중심, 오키타는 책상 위에 앉아 있었다. 살짝 풀어진 넥타이, 조끼 조차 입지 않은 대담함, 한 다리를 앉은 책상 위에 올려놓고 주변의 친구들과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하면서 웃고 있었다. 오키타는 학급의 유명인이었다. 예쁘장한 얼굴, 어딘가 어려워 보이는 성격, 우수한 성적과 좋은 운동신경은 마치 완벽한 순정 만화 남자 주인공이었다. 그를 마음에 두는 사람들은 카구라네 반의 아이들만이 아니었다. 처음 보는 선배들도 가끔씩 반에 찾아와 오키타를 부르기도 했다.

 

살짝 열려진 창문 틈새로 바람이 들어왔다. 아주 약하고 존재조차 모를 바람이었다. 그런 바람을 카구라는 봤다. 부드러운 바람을 따라 흩날리는 앞머리를. 엉망이 되면서 눈을 찌르자 오키타가 자연스럽게 앞머리를 정리하는 것을 보는 것까지는 괜찮았다. 가령, 앞머리를 정리할 때 모든 일을 멈추고 눈을 위로 하고 보이지도 않을 앞머리를 보면서 정리한다 던지, 그렇게 위로 향한 눈동자가 도르륵 굴려져 자신에게 다다랐다 던지, 동그랗게 커진 눈동자가 반달로 접혀지면서 사르르 웃는다 던지. 카구라는 뒤에서 오키타를 마음에 두고 있어 그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던 친구들의 작은 난리를 뒤로하고 벌떡 일어나 화장실로 달려갔다.

 

으엑, !!”

 

입을 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꽃이 후드득 떨어졌다. 곧 향긋한 꽃냄새가 화장실을 가득 채웠다. 지독한 화장실 냄새도 오늘은 너무나도 편안하고 안심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온전히 자신만의 공간에서 그 어떤 행동을 해도 타인의 시선을 받지 않는 곳. 그곳에서 카구라는 이질적인 꽃냄새만 없었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뒤처리를 하고 반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왜 나를 보면서 웃은 거지? 카구라는 온갖 생각을 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이런 일은 지난 6개월간 수없이 있었다. 우연히 마주한 두 시선, 그리고 서로의 회피. 카구라도 별 의미 없이 둘러보다 오키타의 마찬가지로 별 의미없는 시선과 마주한 것이라 서로 개의치 않았다. 그런 익숙함과 당연함이 너무나도 그리웠다. 갑자기 손바닥 뒤집듯이 달라진 오키타의 태도와 그런 태도에 의미를 부여하려는 자신이 너무나도 불쌍해서 카구라는 변기에서 멀찍이 떨어져 입을 막고 눈물을 흘렸다.

 

, 흐윽...”

 

눈물과 함께 입을 막은 손에서 부드러운 꽃잎의 촉감이 느껴졌다. 달달 돌아가는 환풍기, 조용한 복도, 그리고 어깨를 들썩이면서 우는 자신. 카구라는 코를 막고 싶었다. 달큰하게 퍼진 꽃향기는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이대로 반으로 돌아간다면 이목이 집중 될 것을 뻔히 알아 더욱 가고 싶지 않았다. 동물원의 원숭이가 된 기분으로 오키타로부터 궁금증과 의아함이 뒤섞인 시선을 받고 싶지 않았다. 또한 자신이 짝사랑을 한다는 것을 그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았다.

 

하나하키병은 어느새 대중적인 병이 되었다. 사랑을 본능적으로 찾아다니는 인간들은 이뤄질 수 없는 사랑에 더욱 사랑을 느끼곤 했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이해할 수 없다고 느낀 게 바로 얼마 전이었는데, 자신이 그런 사람들에 속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하지만 사랑은 불가항력이었다. 노을을 배경으로 웃는 오키타, 바람에 날리는 앞머리, 그리고 자신에게 보내는 미소까지 카구라의 뇌는 망가진 것처럼 세 장면과 오키타의 모든 순간들만을 반복적으로 재생했다. 싫은데, 좋아. 그만했으면 좋겠는데, 달리 대채할 무엇인가가 기억나지 않아. 카구라는 그동안 쉴새없이 흘려지는 눈물이 가득 차 흘러넘치는 마음이라고 생각했다. 너무 담아서 이제는 누구도 알 수 있게 흘러넘치는 것이라고.

 

피해야 했다. 짝사랑하는 오키타를, 자신에게 웃어주는 예쁜 미소를 피해야 했다. 그 사실이 너무나도 억울했다. 많은 것을 바라지도 않은데, 왜 피해야 할 수밖에 없는 것인지. 조용히 좋아하고 싶어도 향긋한 꽃냄새는 자신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 달큰하고 또 애절했다. 나를 봐달라고 시위하는 것도 아니고 원치 않은 노출에 수치스러움까지 느꼈다. 눈물이 쉴 새 없이 흐르는 것도 억울함과 슬픔 때문이었다. 카구라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변기를 비우고, 얼굴을 정리하고, 거울을 봤다. 흐르는 물소리가 텅 빈 화장실에 울렸다. 거울 속 카구라를 바라보는 사람은 흐르는 물줄기를 막지 못할 것이다. 수도꼭지를 잠그는 사람도, 양 볼을 때리면서 웃지 않는 사람도 거울 밖의 카구라였다. 멍하니 벌려진 입에서 나오는 소리인지, 수도에서 흐르는 물줄기인지 자신있게 구별하지 못한 카구라는 그대로 화장실을 빠져나왔다. 어디를 가더라도 오키타가 없는 곳,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 곳이 있을까? 쿵쾅거리는 가슴이 향하는 곳으로 가보지만 발걸음을 뗄 때 마다 신발 밑창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이 병은 누가 뭐라해도 저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