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카구] 달콤한 것은 하루에 한 개
2023년 할로윈 연성인데 잘 못 올려서 다시 재업합니다
Trick or Treat!
맑은 웃음소리와 함께 거리 곳곳에서 들려오는 장난끼 가득한 소란스러움을 창가 난간에 매달려 가만히 듣고 있던 카구라가 발을 동동 구르다 결국 참지 못하고 집안을 향해 소리를 빽 질렀다.
“긴쨩! 신파치! 아직도 준비가 안된거냐, 해!”
“잠시만! 거의 다 됐어!”
“긴쨩!”
“거 참, 끈질기네, 끈질겨! 나간다, 나가.”
아직 더 손 봐야 하는데. 투덜거리면서 멋스럽게 올린 곱슬머리를 만지작거리며 긴토키가 껄렁이며 방 밖으로 나왔다. 깃이 올라간 검은색 망토를 어깨에 두르고 흰색 와이셔츠를 구김 없이 차려입은 긴토키가 씩 웃었다. 긴상 멋지지? 라는 표정에 가짜 송곳니가 번쩍이면서 카구라의 한심하다는 얼굴이 비쳐졌다. 뒤이어 우당탕탕 소리를 내며 달려나온 신파치는 목부터 발끝까지 붕대로만 칭칭 감은 채 양 손에는 호박 모양의 바구니 세 개를 들고 있었다. 안경이 주르륵 내려오자 고쳐쓰려다 플라스틱 호박 바구니가 요란하게 떨어지고 허둥거리는 사이 어깨부터 붕대가 풀리면서 둥근 어깨가 훤히 드러났다. 으! 얼굴을 찌푸린 카구라를 뒤로하고 친절하게 신파치의 붕대를 감겨주던 긴토키는 살점 하나 보이지 않게 꼼꼼하게 감았던 붕대를 느슨하게 감아 신파치의 얼굴도 휘적이며 대충 걸쳐 좀 더 미이라 같은 모습으로 분장시켰다. 수요 없는 공급이었다, 이 자식아. 라는 긴토키의 마지막 대사만 아니었다면 완벽하게 다정한 모습이었건만.
“저도 잘 알거든요! ...아무튼, 다들 바구니 하나씩 들고 가자고요. 거리 행진은 벌써 시작된 것 같아요.”
“카구라, 긴상이 뭐라고 했지?”
“보이는 사람마다 사탕을 뜯어낸다!”
“음, 좋은 마음가짐이지만 아니지. 사탕은 하루에 하나만.”
“그럼 초콜렛은?”
“초코도... 안된다.”
“젤리는?”
“긴상, 이러다가 날 새겠어요. 카구라쨩, 그냥 달콤한 것은 뭐든간에 오늘은 하루에 하나만 먹는걸로. 알겠지?”
“내 몫까지 먹으면 죽인다, 해.”
그럼, 그럼. 사람 좋은 미소를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긴토키를 보고 나서야 안심한 듯 현관에 가지런히 놓여진 단화를 구겨신은 카구라가 뛰쳐나가자 신파치가 긴토키 옆에서 속삭였다. 정말이에요? 순진하기는.
카부키쵸 거리의 할로윈은 언제나 다양한 이벤트로 주민들을 즐겁게 만들었다. 어른들은 아이들의 간식 요구와 짓궂은 장난에도 관대하게 넘어가고 아이들은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드는 1년 중 몇 안되는 훈훈한 풍경이었다. 물론 어른들이 주는 간식을 함부로 먹었다가 심한 아이는 다음 날 복통을 호소했고 아이들의 짓궂은 장난에 병원에 실려가는 어른들이 대다수인 축제였지만 매년 돌아오는 그날의 악몽을 망각하고 또다시 놀 생각에 축제를 기획하고 즐기곤 했다. 카구라를 제외한 두 사람은 매년 할로윈을 즐겼기 때문에 카구라가 축제 소식을 들고 뛰어 들어왔어도 별 반응 없이 시큰둥했었다. 태도가 180도 바뀐 것은 다양한 간식을 먹을 생각에 흥분한 카구라 뒤로 따라 들어온 오타에가 방긋 웃으며 내민 가장 대회 홍보 전단지를 받은 이후였다. 긴토키의 분장 계획을 낱낱이 듣고 나서야 만족해서 돌아간 오타에의 뒤로 노려라! 상금 50만엔!을 외친 해결사 3인방의 준비가 시작되었고 마침내 할로윈 당일이 된 것이었다.
“흐아... 다들 본격적으로 분장했네요...”
“상금이 무려 50만엔이라고? 겐가이 영감도 분장한다고 난리였어.”
“저희 상금 못타는거 아니에요?”
“씁, 부정 탄다. 준비는 완벽하니까 두 번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빠릿빠릿 움직여!”
“트릿 오어 트릿?”
“트릭 오어 트릿. 역시 불안한데, 같이 다니는게 나을 것 같아요.”
“하아... 어제 연습했는데도 이러다니... 분산해서 쓸어담아야지 안그러면 효율이 떨어지는데...”
“강도짓 하려는거냐? 미리 체포해도 되는거지?”
트릿이든 트릭이든 한 끗 차이를 가지고 타박하는 신파치와 긴토키를 노려보면서 입술은 바쁘게 트릭 오어 트릿을 중얼거리는 카구라 뒤로 익숙한 목소리가 빈정거리며 세 사람을 건들였다. 가장 대회고 트릭 오어 트릿이든 뭐든 무산될 위기의 한 마디에 긴토키의 눈이 번뜩였다. 이런 말을 할 사람은 한 사람 뿐인데, 신파치는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는 자신의 분장을 걱정하며 떨리는 손으로 흘러내린 안경을 치켜올렸다. 멋스럽게 넘긴 흑발과 치켜 올라간 눈에 칠해진 붉은 빛 도는 눈화장, 그리고 빳빳하게 세워진 흰 와이셔츠의 깃과 그 아래 걸쳐진 검은색 망토까지. 누가 봐도 뱀파이어로 분장한 히지카타가 한 손에는 솜사탕을, 다른 한 손에는 간식이 가득 든 유령 모양의 바구니를 들고 있었다. 달려드는 카구라에게 익숙한 듯 작은 눈알사탕을 던져준 히지카타는 노골적으로 긴토키의 분장을 위아래로 훑으며 피식 웃었다. 싸구려 티가 팍팍 나는 긴토키의 가짜 송곳니와는 대조적으로 꽤나 정교해서 얼핏 보면 진짜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아보이는 가짜 송곳니에 모욕으로 인한 분노로 부들부들 떠는 긴토키가 추하게 비춰졌다.
“하.하.하. 히지카타군? 누가 강도짓이라는 걸까아? 설마 긴상? 이 선량한 시민을?”
“지금은 뱀파이어지. 아, 그냥 뱀파이어가 아니라....”
한 템포 쉰 히지카타의 입에서 미소가 떨어지지 않았다. 평소 골탕 먹는 입장에서 맥이는 입장이 되자 주체할 수 없이 기분이 고조되었다는 것이 명백했다.
“누추한 뱀파이어, 맞지?”
“오냐. 누추한 뱀파이어다, 개자식아!”
“기, 긴상!”
결국 긴토키는 히지카타의 도발에 참지 못하고 히지카타의 멋스럽게 넘겨진 머리채를 잡고 짤짤 흔들었다. 갑작스럽게 머리채가 잡혀지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히지카타가 인지하기도 전에 본능적으로 긴토키의 복슬거리는 머리를 콱 맞붙잡은 히지카타는 모근이 뽑히는 감각에 비명을 지르면서 지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많은 사람이 오가는 카부키쵸 한 가운데서 똑같은 분장을 한 두 남자가 머리채를 뜯으며 싸우는 풍경에 지나가던 사람들도 걸음을 멈추고 구경 할 정도였다.
“으디서! 사내새끼가! 얼굴에 분칠을 하고! 부끄러운 줄 알아라 이놈아!”
“니가! 무슨 상관이냐! 그리고 내가 하고 싶어서! 한 줄! 아냐!”
“엣, 히지카타상이 원해서 한 거 아니었나요?”
“나오는데 한 무리의 여자들이 다가와서는 분장해준거다. 그러니까! 이거! 놔! 진짜 체포해버린다!”
“췌뽀훼붜륀돠~ 하나도! 안무섭거든! 오늘은 내가 뱀파이어니까! 분장 벗어!”
“어이 요로즈야, 머리에서 힘 빠진거 다 알거든? 그리고 안돼. 가장 대회가 있단 말이다. 몰랐냐?”
“모를리가! 우리가 1등 할 대회인데.”
“흥, 우승은 신센구미다. 요즘 회식이 없어서 사기가 내려갔다고.”
“히지카타상 혼자인데요? 다른 분들은 없는건가요?”
“주인공은 원래 늦게 등장하는 편입니다~”
껄렁한 목소리로 히지카타의 손에 들린 솜사탕을 빼서 크게 한 입 한 오키타가 씨익 웃었다. 멀끔한 얼굴 위에 박힌 피 묻은 도끼와 등에도 달린 도끼, 그리고 붉은색 줄무늬와 멜빵 청바지를 입은 쳐키 분장의 오키타의 손에는 아무런 바구니가 들려있지 않았다.
“오키타상은 바구니 안 들으셨네요?”
“애들이나 하는 멍청한 짓이지. 대세는 트릭이라고?”
“트릿을 무시하지 마라, 해!”
어깨를 으쓱하는 오키타 옆으로 마침내 남은 한 손이 자유로워진 히지카타가 여유롭게 씩 웃으며 긴토키의 머리채를 잡으려던 순간이었다. 카구라가 오키타에게 달려들면서 오키타가 히지카타 옆자리로부터 멀어진 순간 오키타 가까이로 다가갔던 신파치 온 몸을 두르고 있던 붕대가 히지카타의 자유로워진 손에 걸려 눈 깜짝 할 사이 풀려버린 것이었다.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점차 조용해지고 일의 원흉인 두 어른조차 입만 벌린 채 아무 말도 못하고 있던 상황에서, 사람들의 인파를 뚫고 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등장했다.
“어휴,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런데 왜이렇게 조용해? 신쨩?”
“토-시! 소-고! 너무 빨리 가면 가장 대회 신청은 어떡하려고!”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꺄아아아아아아아악!!!! 변태다!!!!!! 웅성거리며 소리지르는 사람과 수치심에 온 몸을 가린 채 주저앉아버린 사람과 눈치없이 오타에에게 달려가는 사람과 현장에서 주춤주춤 멀어지려는 사람들로 순식간에 다시 평소대로 소란스러워진 카부키쵸 거리 한 가운데, 사건의 중심에서 추한 모습으로 서로를 붙잡고 있던 뱀파이어들이 웅크린 나체의 미라에게 망토를 서로 벗어주려다가 다시 싸움이 일어났고, 천사 오타에씨! 를 외치며 하늘 위 동그랗게 뜬 보름달을 향해 하울링을 하며 늑대 분장을 찢으며 두 번째 반나체가 된 경찰을 향해 발길질을 하는 천사를 뒤로 하고 본래의 목적인 사탕과 초콜릿과 젤리 등등을 수금하러 나선 카구라가 시무룩하게 바구니를 내려다보았다. 히지카타가 준 작은 눈알 사탕 하나만이 초라하게 바구니 안을 굴러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한숨을 푹 내쉰 카구라의 머리 위로 묵직한 무엇인가 얹혀졌다. 익숙한 호박 바구니를 흔들면서 마지막 남은 솜사탕을 입안에 쏙 넣은 오키타가 도발했다.
“겨우 그것 밖에 못 얻었냐?”
“빈털터리 말은 듣지 않는다, 해. 치워라, 해.”
“저런, 지구 언어를 못하는 불법 체류인을 위해 이 경찰 아저씨가 친절하게 설명해주지.”
솜사탕 막대기 대신 할로윈 가장 대회 홍보 전단지를 넘겨주면서 전단지 위 글자를 하나씩 짚어주자 카구라의 눈이 점점 커졌다. 대체 왜 자신이 이걸 몰랐을까! 전단지는 가장 대회를 홍보하는 것이 맞았지만 작은 이벤트가 하나 더 있었다. 축제 노점을 연 상인들을 대상으로 얻은 사탕 바구니의 키로 수가 제일 많은 아이들을 위한 상품, 설탕과 소다를 녹여 부풀린 대왕 달고나가 작은 글씨로 써져 있었던 것이었다. 머리채가 잡혀 있을 긴토키의 눈앞에서 달고나를 먹을 생각에 고개를 번쩍 들어오키타를 바라본 카구라의 두 눈이 빛났다.
“고맙다, 해. 무능한 경찰도 이런 쓸모가 있구나, 해!”
“어허, 어딜 그냥 가려고?”
“무슨 소리냐, 해?”
“그냥 하면 재미 없잖아? 내기 하자고. 너랑 나.”
“내기?”
“누가 더 많이 바구니를 채워서 달고나를 받는지 내기. 이쪽이 더 빨리 더 많이 모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음!”
인정하기 싫지만 오키타 치고는 좋은 생각이라고 고개를 열심히 끄덕이는 카구라를 내려다보며 씩 웃은 오키타는 본격적으로 노점이 시작되는 카부키쵸 거리 안쪽 깊숙으로 인파 사이를 헤치며 걸어갔다. 요시와라 유녀들이 낸 페이스페인팅에서 카구라는 눈 아래 별을, 오키타는 이마와 눈까지 피 분장을 한 것을 시작으로 둘은 거침없이 카부키쵸 거리를 헤집으며 사탕을 호박 바구니 안에 채워가기 시작했다.
스낵 오토세 식구들이 건넨 커다란 접시에 담긴 포도주스를 원샷하고, 헤도로의 꽃집에서 꽃말 카드 게임을 하고, 누가 봐도 양이지사 카츠라인데 뻔뻔하게 카츠라 분장을 했다고 주장하는 카츠라와 엘리자베스 팀과 랩 배틀을 하고, 야규 가문의 짧은 접시 깨기 등 카부키쵸 주민들이 연 노점에 참여함과 동시에 사루토비, 케츠노 아나운서 등 축제를 즐기러 온 어른들에게서 리얼한 분장으로 트릭 오어 트릿을 한창 외치고 나자 어느새 바구니가 가득 찼다. 새로운 바구니를 찾으려고 오키타가 잠깐 한눈을 판 사이 카구라의 어깨를 누군가 툭툭 쳤다.
“히사시!”
“카구라쨩, 오랜만이야. 할로윈 가장 대회에 참가하는거야?”
“응. 사탕 많이 얻는 이벤트도 참여하고 있다, 해. 이것 봐라! 많이 모았지?”
“벌써 이정도라고? 나는 이제 막 집에서 나왔어. 카구라쨩, 마녀 분장 잘 어울려.”
“고맙다, 해. 너도 악마 분장 잘 어울린다, 해.”
“애들은 가라~ 그리고 차이나. 너 이러다 진다?”
“앗! 반칙이다, 해! 여기서 많아질 수가 있는거냐, 해?”
등에 메고 있던 도끼를 어깨에 걸친 채 히사시에게 시선을 고정한 오키타가 어느새 더 많아져 터질 것 같은 바구니를 카구라 눈앞으로 쑥 들이밀었다. 히사시 역시 어두운 밤하늘 아래 조명 아래로 보이는 섬뜩한 피 분장을 한 쳐키 오키타에 잠시 놀랐지만 시선을 피하지 않고 손에 든 삼지창을 고쳐들었다.
“!... 깜짝이야.”
“양심이 있으면 방금 받은 사탕은 빼라, 해.”
“네~ 양심 없는 경찰 아저씨는 이 사탕도 먹고 우승 상품인 달고나도 먹을 겁니다~”
“언제부터 긴쨩처럼 단 걸 먹었다고!”
“...카구라쨩, 사탕 모으는거라면 도와줄까? 나, 사실은 아직 간식은 금지여서.”
수줍게 웃으며 카구라에게 비슷한 모양의 호박 바구니를 살짝 들어올리며 동행을 제안한 히사시를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보는 오키타의 바구니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지나가던 꼬마가 오키타의 얼굴을 힐끔 쳐다보았다가 급하게 눈을 깔면서 서둘러 그들을 뒤로했다.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는 자신과 비슷한 키였지만 어느새 훌쩍 큰 히사시를 살짝 올려다보며 카구라가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했다.
“미안하다, 해. 선약이 있고, 이왕 우승하려는거 내 힘으로 하고 싶다, 해.”
“같이 다니는 것도 안될까?”
“어린이와 노약자는 관람 불가다, 해. 다음에 보자, 해!”
생긋 웃는 카구라의 표정과 흔들거리는 손, 그리고 오키타를 향해 으르렁 거리는 얼굴이 인파 사이로 사라질 때 까지 눈을 떼지 못한 히사시는 언제 흔들고 있었는지 모르겠는 손을 내리며 중얼거렸다. 여기에 어른이 어디에 있다고. 자신보다 더 큰 키였지만 여전히 앳된 얼굴과 덩치,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을 한 순간도 빠짐없이 견제하며 노려보던 쳐키 분장을 생각하며 히사시는 다시 희망차고 맑은 미소를 지었다. 집에 돌아가면, 라디오 체조를 하는 날을 달력에 표시할 생각에 힘차게 할로윈을 즐기러 갈 수 있었다.
“표정 풀어라, 해! 안그래도 섬뜩한 분장인데 더 무서워 보인다, 해.”
“날파리 꼬이지 않는 필살의 표정이라 안돼.”
“날파리가 문제냐, 해! 트릭 오어 트릿을 못할 정도로 사람들이 피한다, 해!”
쳇, 투덜거리며 피가 묻은 가장 위협적인 도끼를 다시 등에 메려고 잠시 걸음을 멈춘 사이, 머리 위로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지며 오키타와 카구라에게 한순간 거리의 모든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고개를 번쩍 든 두 사람에게 반갑게 손을 흔드는 건 한 건물을 통째로 빌려 성에서 외출 나온 소요와 그의 오라버니 쇼군이었다.
“소요쨩!”
“축하합니다! 이 거리를 지나는 1031번째 주민에 당첨되었습니다!”
“공주님이 나오는 것에 대해 들은 게 없는데.”
“우리 미마와리구미가 더 유능하니까, 당연한 일입니다.”
“노부메쨩!”
“해피 할로윈, 카구라. 여기 사탕이야.”
“도넛 모양이다, 해! 고맙다, 해. 트릭 오어 트릿!”
“사탕 받고 외치면 어떡하냐? 그보다, 공주님 호위는 원래 신센구미 담당 아니었습니까?”
흰 가운을 입고 광대뼈에 음영을 넣어 더욱 창백하고 말라보이는 분장을 한 채 거만하게 안경을 치켜올린 이사부로가 옆에서 카구라에게 양 손 가득 도넛 모양의 사탕을 넘겨주는 흰 보자기를 뒤집어쓴 노부메에게 도넛 박스를 넘겨주다가 오키타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 오키타를 잠시 쳐다보던 이사부로가 피식 웃었다.
“분장을 하면서 축제를 즐기는 신센구미에게 경호를 맡길 순 없지요.”
“사돈 남말 하시네. 뭐, 상관 없지만요.”
“이사부로, 공주님이 불러.”
“축제를 즐기시길, 무능한 신센구미.”
카구라에게 사탕을 던지면서 가는 이사부로의 뒤를 어이없이 쳐다보는 오키타의 마음을 알 리 없는 카구라는 더 이상 들어갈 자리가 없이 꽉꽉 채워진 자신의 사탕 바구니를 즐겁게 바라보며 오키타의 바구니와 비교하기 여념이 없었다. 노부메가 잔뜩 준 도넛 사탕과 이사부로가 던져 준 홍삼 사탕을 검은색 원피스 주머니에 넣고 사탕을 수금하려 다음 노점으로 향하려던 찰나, 흐느끼는 울음소리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거리에서 약간 벗어난 수풀로 발걸음을 돌렸다.
“차이나, 거긴 노점이 아닌데.”
“세이타? 거기서 뭐하냐, 해?”
“카... 카구라... 아무것도 아니야!”
“눈물콧물에 더러워진 얼굴로 돌아가면 히노와가 걱정한다, 해. 그리고 못생겼다, 해.”
“킁... 그게... 서당 윗 학년 선배들이 사탕 바구니를 뺏어갔어. 어머니께 바구니를 다 채워 오겠다고 했는데, 돌아갈 수 없어...”
별 걸 가지고 운다는 생각에 따분해진 얼굴로 사탕 바구니에서 사탕 몇 개를 집어다가 던져주고 지나가려던 오키타 옆으로 불쑥 카구라가 팔을 뻗었다. 놀란 건 세이타 뿐만이 아니었다. 묵직한 사탕 바구니를 받고서는 굳어버린 세이타의 눈에서 눈물이 뚝 떨어지기도 전에 오키타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야! 뭐하는 짓이야!”
“쓰읍. 시끄럽다, 해. 이 카구라님께서 소중하게 모은 사탕이다, 해. 들고 히노와에게 가라, 해.”
“이거 못 받아. 아니, 받을 수 없어. 소중하게 모은 사탕인데!”
“여자의, 히노와의 눈에서 눈물을 흘리게 할 샘이냐, 해?”
“...!”
“더 이상 히노와의 눈물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리게 하지 마라, 해.”
“카구라...!”
고개를 비장하게 끄덕이는 카구라와 세이타가 뜨거운 눈빛을 교환하고 헤어지자 어이 없어 너털웃음을 지은 오키타가 카구라를 자신의 가득 찬 호박 바구니로 툭 쳤다.
“점프라고 하기에는 너무 오래전인데.”
“긴쨩이 대여점에서 전권 대여했다, 해.”
“그래서, 여자의 눈물이 떨어지는 소리를 안듣는 대신 바구니를 줘버렸으니, 내기는 내가 이긴거냐?”
“아~! 솔직하게 말하자면 후회된다, 해... 내가 이긴 게임이었다, 해!”
“승부는 끝까지 가봐야 하는거지.”
“하아... 언제 바구니를 다시 채우냐, 해.”
“포기 안한거냐?”
“당연한 소리! 이 카구라님에게 포기도 패배도 없다, 해!”
“그럼...”
주위를 휘 둘러보던 오키타는 서넛이서 기모노를 맞춰 입고 모여 있던 여자 무리에게 성큼 다가가더니 잠시 대화를 주고받고는 빈 손으로 가벼운 발걸음으로 돌아왔다. 눈이 휘둥그레진 카구라가 방금 전 오키타가 했던 말을 똑같이 되돌려주었다.
“뭐하는 짓이냐, 해! 미쳤냐, 해!”
“게임은 게임. 불공평한 게임을 하면 재미 없으니까?”
“의심스러운데...”
“그럼 내가 이긴걸로 해?”
“저 노점을 마지막으로 승부다, 해!”
우다다 달려가는 카구라의 뒤로 한쪽으로 땋은 머리가 달랑이는 게 꼭 자신에게 이리 오라는 듯 손짓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오키타는 생각했다. 검은색 원피스는 카구라의 팔꿈치를 덮기에는 조금 짧았고 양말도 없이 신은 단화는 마녀 중에서도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마녀를 떠올리게 하고 그것과 상관없이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카구라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는 것을 굳이 내색하지 않은 오키타는 노점에 카구라와 나란히 섰다.
“어라? 나 이거 알아. 익숙한 그림인데, 이거?”
“마다오, 좋은거 들고 있다, 해.”
“저건 내 거야.”
“어허, 승부에서 이길 치와와는 바구니에 담을 수 있는 사탕이나 노려라, 해.”
“그래 얘들아, 나 이 상황 너무 익숙한데 제발 내가 생각하는 그 상황으로 가지 말고 뒤에 있는 경품이나 마, 아악! 말하고 있는데 쏘는 법이 어디있냐!”
우하학! 섬뜩 할 정도로 즐거운 웃음소리를 내며 선글라스, 손과 머리, 심지어는 가슴까지 집중적으로 고무탄을 쏘아대는 두 악동들에게 또다시 무참히 발려진 하세가와는 너덜해진 몸으로 경품인 사탕을 한가득 바구니에 담아 건네었다. 바구니마저 없이 사탕을 내놓으라는 할로윈의 깡패 앞에서 그저 마다오일 하세가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어이.”
“음.”
“이건 내 돈으로 산 거라고!”
다 쏜 줄 알았던 총이 정확하게 목젖을 조준하자 하세가와는 고개까지 숙이며 포장조차 뜯지 못한 링고아메를 공손히 건네었다. 새로운 사탕 바구니, 가득 찬 바구니, 그리고 링고아메까지! 함박웃음을 지으며 만족스러운 얼굴로 하세가와의 선글라스를 머리에 끼고 노점을 나오면 하세가와는 closed로 판넬을 돌리면서 길고 길었던 카부키쵸 할로윈 축제 노점을 모두 클리언 한 오키타와 카구라가 마주보며 씩 웃었다. 한 손에는 링고아메를 들고, 다른 한 손에는 바구니를 든 오키타를 따라 사탕 바구니 무게를 재는 축제 운영 부스로 향했다. 하세가와한테서 강탈한 사탕 바구니는 무게가 거의 엇비슷하다는 것을 알고 있던 카구라는 슬쩍 해두었던 사탕들을 꺼내 자신의 바구니에 넣으려던 순간, 뒤에서 치고 앞으로 달려간 사람에 의해 중심을 잃고 앞으로 쓰러지면서 팔을 휘젓자 손에 들고 있던 사탕은 물론이고 팔에 걸려 있던 바구니 안에 있던 사탕 또한 하늘 높이 던져졌다. 엄마, 하늘에서 사탕이 내려와! 말갛게 웃으며 재잘거리는 꼬마의 목소리가 멀어지면서 카구라는 사람이 없는 골목길로 미끄러지듯이 넘어졌다.
“죽을거면 혼자 죽어야지. 물귀신이냐?”
“으헤헤헤... 내기도 졌는데 혼자 넘어지면 억울하다, 해.”
“별 게 다 억울하다.”
"상품인 달고나도 놓쳤는데! 당연한 말이다, 해."
"가슴 보인다."
익숙하게 날라오는 주먹을 피한 오키타가 얄밉게 비웃었다. 어쩐지 평소 같으면 섹시한 마녀로 분장했을 텐데 수수하게 검은색 원피스로 마녀 분장을 한 게 이상하다 했더니 옷은 카구라에게 너무 컸다. 힘을 빡 준 긴토키와 그에 반해 수수하다 못해 초라한 카구라와 신파치의 분장을 떠올린 오키타는 어려움 없이 정답을 유추할 수 있었다. 긴토키의 분장에 돈을 다 쓴 빈털털이 삼인방은 나머지 두 아이의 분장을 저가로 대충 떼운 것이었다. 하필이면 그게 딱 자신의 취향에 스트라이크를 했다는 수상할 정도로 완벽한 상황인건 대충 넘어가기로 했다. 누군가의 것이었던 검은색 원피스를 입은 카구라의 가슴골이 아래에 깔린 오키타의 시선에서 훤히 보이는 것은 불가항력이었다. 나중에 스스로 깨닫고 창피해서 데굴데굴 구르는 것보다 지금 알려줘서 그래, 차라리 주먹에 맞지 않아 분해서 씩씩거리는게 더 낫지. 나한테 고마워해야 할 것이다, 차이나. 입 밖으로 내뱉지 않은 오키타의 카구라를 위한답시고 하는 생각 아래 깊숙한 심연에 커다랗게 자리잡은 헐렁한 넥라인을 양 손으로 잡아끌면서 제 위로 걸쳐 앉는 모습이 장관이라는 감탄은 숨길 생각도 없었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카구라는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
“링고아메는 무사하냐, 해?”
“그래. 너가 날 붙잡고 넘어져서 바구니에 있던 사탕도 다 사라졌지만. 포장에 싸여져서 이건 무사해.”
“먹자, 해. 이거로 상품도 탈 수 없고... 그러고 보니까 너는 왜 상품을 타려고 하는거냐, 해? 단 걸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아주 흥미롭고 신빙성이 높은 정보를 하나 입수했거든. 히지카타가 치과를 무서워한데.”
“그게 왜?”
“받은 사탕과 달고나를 모두 녹여서 자고 있는 히지카타 이 사이사이에 친히 발라주려고 했지. 뭐, 이빨 탕후루라고 해야 하나?”
“파하하! 긴쨩이라면 좋아할지도 모른다, 해!”
“누구씨 덕분에 다 물거품이 되어버렸지만.”
“음! 색 이쁘다, 해!”
눈을 피하고 자신의 손에 있던 링고아메를 낚아채고는 손을 꼬물거리며 포장지를 벗기고 조각을 들고 감탄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오키타는 카구라가 링고아메 조각을 입에 넣기 전 먼저 낚아채 입안에 넣었다. 야! 소리를 빽 지르는 카구라의 짜증에도 달디 단 링고아메를 우드득 씹으면서 오키타는 씩 웃었다. 내기도 무산되고, 히지카타를 골탕먹일 계획도 엉망진창이고, 먼지가 뒤덮인 바닥을 굴렀으나 자신의 다리 위에 앉은 마녀 분장을 한 카구라는 링고아메보다 더 달콤해 오늘 하루를 완벽하게 만들었다. 순식간에 입술과 입술이 짧게 맞물리고 시끄러운 골목 바깥에도 불구하고 귓가에 선명하게 울리는 입술의 마찰음은 방금까지 짜증을 내던 카구라의 입꼬리마저 씰룩이면서 슬금슬금 위로 올려 보냈다. 링고아메 조각이 담긴 포장지가 카구라의 손에서 떨어지고 오키타의 손이 카구라의 말랑한 흰 볼을 감싸면서 등 뒤로 딱딱한 벽이 느껴지는 순간에도 셀 수 없는 입술의 맞물림이 반복되었다. 키득이는 작은 웃음소리, 살짝 스치는 콧끝, 서로 내쉬고 들이마시는 달큰한 공기가 10월의 마지막 밤을 흐물흐물 녹아 내렸다.
아, 긴쨩이 달콤한 것은 하루에 한 개라고 했는데. 부드럽게 휘어진 카구라의 눈이 스르르 감기면서 긴토키의 미래를 예건한 듯한 충고는 질척하게 목구멍 뒤로 넘어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