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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혼

[오키카구] 연애의 무게

우리_은하 2018. 10. 3. 22:15

 

, 날씨가 너무 좋다. 걸어가면서 생각하는건 너무나도 태평했다. 사실은 속은 타들어갈 듯이 초조하고 혼잡한데, 날씨는 눈치도 없이 좋기만 하다. 자박자박 발에 치이는 모래들도 오늘만큼은 커다란 돌덩어리가 되어 나아가는 길을 막아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돌덩어리도 너의 앞에서는 어린아이가 가지고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그러다 문득 어느날 보았던 너의 뒷모습이 생각이 났다. 보라색 우산은 무거울 뿐만 아니라 크기도 커서, 아니 여기서는 너가 너무 작아서라고 하는게 맞는 걸까, 어쨌든 익숙한 물건에 시선을 뺏겨 잠시 발걸음을 멈춘 적이 있었다. 분명 말을 걸면 유치한 싸움으로 이어질 것은 뻔한 일이었다. 아니 너와 내가 만나서 평화롭게 끝난 적이 있을까. 그런 날은 이쪽에서 사양이다. 가만히 뒤에서 바라보니, 땅바닥을 손으로 쓸고 있었다. 손도 드러워지고 한가운데서 통행을 가로막고 있다는 명분으로 너에게 다가갔다. 꼴사납게도, 너와 사귀는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보고싶어서, 갑자기 생각이 나서, 라는 듯한 삼류 로맨스 소설에나 나올 법한 대사를 없었다. 일류 로맨스라고 평가받는 드라마에서도 비슷하게 생겨나는 그런 간질간질한 분위기를 만들 없으니 그에 어울리는 대사도 없는 것이었다. 딱히 그것에 불만을 품지 않았다. 너도 나도 그런것에는 익숙하지 않고 오히려 싫어했으니까. 그럼에도 이런 대사가 떠오르는 , 명분이 없이는 말을 걸기가 망설여졌다는 것이 걸리기 때문이었다. 사귀기 전에는 어땠더라, 지나가는 머리카락 한올만 보여도 트집잡고 유치한 말싸움에서 살벌한 몸싸움으로 번지기 일쑤였다.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지금의 상황보다는 쉬울 것이다. 지금의 우리는 너무 복잡하고 이상하다.

 

그날 교통방해라면서 말을 걸었을때 너의 행동은 의외로 이유가 있었다. 눈을 살짝 흘리더니, 다시 고개를 돌리더니 누님의 반지를 떨어뜨려서 찾고있는 것이다 , 라고 말했다. 누님이라니 내가 아는 누님은 시무라 오타에, 콘도상의 열렬한 구애상대뿐이었다. 콘도상의? 맞다 . 여기까지만 말했는데 진절머리가 난다는듯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면서 말하는걸 보니 상상 이상으로 괴롭혔나보다. 같이 쭈그려 옆에 있자 바쁘지 않냐면서 퉁명스럽게 말한다. 그럼에도 자리를 뜨지 않는것, 하던 일을 멈추고 시비를 털지 않는것을 보니 꽤나 마음에 드는 행동이었을 것이다. 도와줄께. 필요없다 . 내가 잃어버린것이니 내가 책임질 것이다, . 얼라는 가서 발이나 씻고 자라 . 발을 씻을 아니라 손을 씻어야 하는게 아닐까, 어디사는 얼라씨. 얼라는 니놈 아니냐, !! 어라? 나는 너가 얼라라고 말한적이 없는데? 으으…. 짜증난다 . 가버려라 . 울그락붉으락 분하다는듯이 잠깐 마주쳤던 눈을 다시 땅으로 내려 반지찾기에 열중한다. 첫째, 너는 생각보다 말싸움에 약하다. 둘째, 그럼에도 너와의 사소한 말다툼 이후의 발언의 99.9% 홧김에 튀어나온 말들이다. 두가지 사실을 나는 너무나도 알고 있었고 그런 너가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다. 솔직한 너는 언제나 반짝반짝 빛이 났고 더욱 함께하고싶은 생각을 키운다. 실실 웃으면서 일부러 어깨를 붙인다. 가라는 소리 안들었냐 ! 나름 주위를 살핀다고 빠르게 두번 고개를 돌리더니 다시 눈을 마주쳐준다. 아까의 분하다는 붉음과는 다른 부끄러움의 붉음으로 만족스럽게 물들인 너의 얼굴에 입꼬리가 내려오지 않았다. 아주 가까워, 고개를 조금만 뺀다면 입술이 닿을 정도로, 코를 맞대고는 작게 말해줬다. 싫은데?

 

도르륵도르륵,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그런 소리는 없지만 너에게서는 났다. 살짝 고개를 비틀자 어깨가 움츠려드는게 눈에 띄었다. 지난번 사고로 부딪힌 입술 사고 이후 너는 조금이라도 키스할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피하고 어색하다는 듯이 행동했었다. 처음에는 귀여웠으나, 이제는 익숙해질 만했는데도 여전히 피해 조금은 열이 받쳐 있었다. , 이번에는 느낌이 좋았다. 움츠린 어깨는 긴장했다는 증거였다. 비어있는 손을 쥐었다 폈다했고 눈을 감고 있었다. 이전의 서운함은 공기중으로 증발되었고 남은 것은 끝이 보이지 않은 애정뿐이었다. 너의 팔을 움직여 우리의 사이를 우산으로 가리려던 찰나에, 익숙한 목소리가 폭탄을 던져 폭발시켰다. 파과광-! 차이나걸? 나오기 전에 바주카를 쏘지 못해 이런 사단이 일어났나 싶었다. 느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억!!!!!!! 귀엽지 않은 고함과 함께 우왁스럽게 내치는 너의 힘은 전혀 귀엽지 않았다. 목소리를 인식한 것이 겨우인 나에 비해 너는 이미 모든 것을 계산한 ,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하늘로 사라졌나라는 뻘생각에 하늘을 바라보자 위에서 기분 나쁜 목소리가 들렸다. 어이 소고, 주저앉아서 뭐하냐? 하늘은 원망스럽게도- 히지카타상을 데려가지 않을까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어요. 어이 그거 죽으라는 소리잖아. 품을 잡고 그래? 일어나, 교통방해다. 너에게 말이 똑같이 내게로 돌아온다. 상황은 다르지만 너의 기분을 있을 같았다. 똑같이 눈을 흘기고 고개를 돌려 하늘을 다시 바라본다. 어느 명화 불법 수입가의 창고를 습격했을때 봤던 명화의 하늘과 똑같았다. 이런 하늘을 두고도 너는 바닥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달아난 너는 푸른 하늘을 봤을까. 지금 생각해도 그때의 너는 하늘을 바라보지 못했을 것이다. 닿지도 않은 입술을 벅벅 닦으면서 쿵쾅거리는 심장소리를 주체하지 못하고 일부러 열심히, 반지를 찾고 있었을 것이다.

 

그때와 변함없이 사랑스러운 너를 최대한 많이 담았다. 우리의 관계도, 너를 바라보는 마음도 넘칠 정도로 우겨넣었다. 다시 꺼내볼 어떤 마음을 갖더라도 지금은 담는것에 열중했다. 사랑스러움과 마찬가지로 거리도 여전했다. 한사람이 충분히 들어갈 있을 정도의 거리. 거리에서 더는 좁혀지지 않았다. 그때 닿았던 어깨가 마지막이었다. 이전같으면 벽에 등이 닿는 상황이 만들어질 있는 길을 유도해서 몰아붙였겠지만 오늘은 가만히 느리게, 느리게 눈을 감았다 뜨는 행동만 하고 있었다. 익숙하지 않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너의 모습에 울음이 터질 같았다. 다가가면 다가갔다고, 다가가지 않으면 다가가지 않았다고 이상해하는 더이상은 참을 없었다. 몸을 부딪히고, 서로의 목숨을 진심으로 노렸던 때가 가까웠다. 너를 사랑했고 너에게 닿고 싶었다. 그래서 다가갔다. 그것이 뒷걸음질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이제야 알게 되었다. 뻑뻑해진 눈은 피곤함을 외치고 있었다. 어깨가 무거웠고 지쳤다. 너를 사랑하고 너를 사랑하고 너를 사랑한다. 변하지 않은 사실이지만 거짓이 되어버린다. 어쩌면 일을 후회할 지도 모른다. 그렇게 힘들더라도 조금만 참지, 조금만 기다려 주지, 라고. 하지만 부르고 싶을때 부르지 못하고, 닿고 싶을때 닿지 못하는 이것은 더는 못하겠다. 사실은 당장이라도 주저앉아 어린아이 마냥 울면서 봐달라고, 멀어지지 말아달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은 동정심 이하일 , 아무것도 되지 않는 것을 알기에 하지 않았다. 대신 이제는 눈을 감고도 생생하게 묘사할 있을 정도로 눈에 새겨넣은 너의 모습을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우리 헤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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