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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혼

[긴히지] 벌과 복

우리_은하 2019. 1. 12. 23:50

 

착한 사람은 복을 받고 나쁜 사람은 벌을 받는다. 말이 생각나는 이유는 히지카타 본인이 제일 알았다. 눈을 반짝이면서 포스터에 집중하는 옆의 선배를 살짝 등지고 포스터를 들고만 있고 휴대폰에 신경을 집중하는 행동은 절대로 착한 사람이 만한 행동이 아니었다. 보고 있는 것이 SNS이며 계정주가 사카타 긴토키이기에 그는 나쁜 사람이다. 다정하게 놓인 장의 영화 티켓에 적힌 영화제목은 히지카타와 선배가 들고 있는 포스터의 영화제목이었다. 포스터를 구기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히지카타는 한손으로 화면 확대라는 고급 기술을 사용했고 기술은 북적이는 주말 영화관의 소음이 모두 긴토키의 목소리로 전환시켰다.

 

같은 영화에 같은 영화관이라니. 이럴 확률이 얼마나 될까?

 

행복함에 뛰는 가슴은 선배가 히지카타를 부르면서 조금 진정되었다. 커다란 팝콘을 들고 티켓을 확인받고 상영관의 자리를 찾아 앉을때까지 히지카타의 모든 감각은 귀로 집중되었다. 긴토키의 나른하고도 느긋한 목소리가 자신의 귀에 조금이라도 흘려들어온다면 들고있던 팝콘을 버리고 뛰어나갔을텐데. 아쉽게도 지루한 광고에도, 불이 꺼질때까지도 히지카타가 원하는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광고에 이따금씩 대화를 이어나가려는 선배의 장단에 최대한 맞춰주느라 살짝 지친 히지카타는 불이 꺼지자 팔걸이에 팔꿈치를 올려 턱을 괴면서 잠시 한숨을 돌렸다. 한순간 조용해지면서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배급사가 차례로 자기소개를 지각생이 히지카타의 옆을 지나갔다.

 

"죄송합니다, 잠시만요."

 

작게 소근거리는 목소리와 핸드폰의 플래시는 바닥을 비추고 있었지만 가장 높은 곱슬거리는 은색의 머리카락은 검은색에도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한손에는 핸드폰을, 다른 한손에는 연인의 손을 잡고 후다닥 지나가 히지카타보다 앞열에 앉았다. 한순간 비쳐오는 새하얀 흰색 배경은 긴토키가 SNS 영화 티켓을 모두 찍어서 올려 얻은 TMI들처럼 원치 않은 장면을 보여줬다. 밝고 포근한 연분홍색으로 물들인 상대에게 다정하게 웃어주는 긴토키의 얼굴은 울고싶어지는 장면이었다. 울컥해져 팝콘으로 손을 뻗자 선배와의 손과 부딪혔다. 잡으라는 팝콘은 잡지도 않고 히지카타의 손을 잡는 선배의 손을 쳐내지 않고 히지카타는 이미 눈에 박힌 긴토키의 은발만을 노려보았다.

 

 

영화는, 영화관 데이트는 완전히 망했다. 시작하는 순간 재밌게 보라는 선배의 귓속말에 어떻게든 영화에 집중하려 했지만 어디서든 떠다니는 흰색 구름과 모든 주인공들이 곱슬머리로 보이자 영화는 포기하고 앞열에서 꽁냥거릴 긴토키와 그의 애인에 대해 생각하느라 120분을 허비했다. 선배만이 먹은 팝콘은 반도 없어지지 않았고 쓰레기통에 모두 버려지는 팝콘들은 정말 얄궂게도 긴토키의 곱슬머리가 연상되었다. 눈쌀을 찌푸리던 히지카타는 슬쩍 허리에 손을 올리는 선배의 손길에 익숙한 미소를 지으면서 어떻게든 팝콘 위로 다른 쓰레기들을 차곡차곡 쌓았다.

 

"맛있겠지?"

". 여기가 맛집이라고요?"

"맞아. 마요네즈 줄까?"

"감사합니다."

 

정말 좋은 사람이라면서 추천해준 콘도의 체면은 지켜졌다. 독특한 식성도 고려하면서 식사를 골랐을 그의 모습에 히지카타는 크게 한입을 떠서 입안에 넣었다. 첫입에 열심히 우물거리는 히지카타를 보고서야 선배도 썰던 돈까스를 적당한 크기로 썰어 입안에 넣었다. 조용하기만 식탁에 시끄러운 것은 히지카타의 핸드폰뿐이었다. 처음의 한두번은 그냥 무시했지만 계속해서 울리자 남의 눈치 안보는 히지카타가 선배의 눈치를 봤고 선배는 괜찮다는 듯이 확인하라고 배려했다. 콘도와 어울리는 선배의 이미지가 너무나도 자연스러워 히지카타는 살짝 고개를 까딱이고 알람을 확인했다.

 

입맛 떨어진다, 정말.

 

전혀 긴토키의 손이 아닌 하얗고 가는 손가락이 브이가 먹음직스러워보이는 돈까스덮밥 그릇앞에 있는 사진이 히지카타의 눈을 찔렀다. 이런 사진 보지나 말껄. 입술을 깨물면서 여러 알람들을 모두 무시하고 다시 밥그릇으로 고개를 돌렸다. 마찬가지로 먹음직스럽게 뒤섞인 덮밥은 방금 히지카타가 떠먹은 흔적을 제외하고 사진처럼 빛났다. 애꿏은 덮밥만을 숟가락으로 쿡쿡 찌르면서 먹을 기세가 보이지 않자 옆에서 히지카타에게 설교가 날라왔다.

 

" 정말~ 히지카타군, 먹는 장난치는 아니에요. 봐봐, 돈까스쨩들이 입은 바삭한 튀김옷들이 공격받아서 울고 있잖아. 책임질꺼야? ? 책임질꺼냐고오~"

"닥처봐. 지금 누구 때문에 이러는 아냐고."

"네네, 알죠. 긴상 때문이잖아?"

"…."

"그치만 밥은 제대로 먹어야지. 좋아하는 마요네즈도 잔뜩 뿌렸잖아?"

"사카타는,"

"…."

"내가 마요네즈를 좋아하는 몰라."

 

, 조금 힘줘서 덮밥을 누른 것은 멍청한 행동을 끝내려 했기 때문이었다. 히지카타는 물을 마시면서 과부화 머리를 식히고 앞자리의 선배의 밥그릇을 보았다. 말없는 식사였지만 선배의 그릇은 깨끗했다. 다만 마지막 한입을 포크에 찔러놓고 입에 넣지 못하고 히지카타만을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영화관에서 지었던 미소가 너무나도 어렵다는 생각에도 불구하고 전과 같은 미소를 짓는데 성공한 히지카타는 마지막의 찌르기로 어지럽게 붙은 밥그릇의 가장자리의 밥풀들을 정리하면서 곁눈질로 선배를 바라봤다. 히지카타가 정상적으로 먹는 것으로 오해한 선배가 마지막 돈까스를 입안에 넣는 순간 히지카타는 소리가 나게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포크를 내려놓지 못하고 씹는 것을 멈춘 선배의 어리둥절함을 마주하면서 히지카타는 오늘 최고로 산뜻한 미소로 말했다.

 

"나갈까요?"

 

허둥지둥 계산을 끝내고 소화를 시키자는 핑계를 대면서 선배를 끌고 곳은 게임장이었다. 귀를 울려대는 커다란 노래소리, 번쩍이는 기계 불빛들은 정신을 빼놓기 적당했다. 히지카타는 자신만만하게 발을 들었고 기계치라면서 한시코 거절하는 선배의 손에 게임기를 쥐어주었다. 가끔씩 지면서 히지카타는 뒷주머니 속에 넣어둔 알람이 가득한 핸드폰의 존재를 잊을 있었다. 얼굴을 가리고 연패를 당했다고 우는 소리를 내는 선배를 위로하면서 눈을 돌린 히지카타의 시선 끝에 다다른 것은 인형뽑기였다. 줄곧 2 게임장에서 둘이서 있는 게임을 주로 했던 히지카타의 승부욕은 인형뽑기로 돌려졌다.

 

"선배, 저거 해요!"

", 안들려! 뭐라고?"

"저거요!"

 

대답은 필요 없다는 선배의 손을 잡아 이끈 히지카타는 돈을 넣고 집중하면서 손을 놀렸다. 옆에서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는 초보자의 훈수를 한귀로 흘리면서 집중한 결과 원하던 마요링 인형을 뽑을 있었다. 인형뽑기에서 히지카타가 건든 인형이 여럿이라 무엇을 뽑을 감을 못잡던 선배는 마요링이 투입구에서 모습을 드러내자 그럴 알았다는 듯이 웃음을 지었다. 쑥쓰럽게 웃던 히지카타의 눈에 들어온 것은 마요링 스페셜 에디션이었다.

 

"저게 저기에 있지?"

"이것도 마요링이네?"

"한정판이라서 수요 안들어왔을텐데, 이상하네요."

"이거  하나만 넣은 아니야? 다른곳에는 마요링은 없어."

 

이곳에서만 뽑을 있는 마요링! 빛나는 히지카타의 얼굴에 선배는 팔을 걷어올리고 뽑아주겠다고 큰소리로 선언했다. 박혀 있어서 초보자에게는 어려울 것이라는 히지카타의 만류에도 선배는 벌써 돈을 넣고 제한시간 안에 뭐라도 잡아올릴 생각으로 집개를 움직이고 있었다. 많은 자들의 여유에 히지카타는 그제서야 자신이 게임에 신경을 집중하느라 기운이 꽤나 빠져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잠시 뒤에 있는 벽에 기대 마요링을 껴안은 히지카타의 앞에 사람은 쓰레기를 헤쳐 음식점에서부터 졸졸 따라온 사카타 긴토키였다.

 

"히지카타? 여기서 뭐해?"

"누구야? 아는 사람?"

", 동기."

",?"

"보다시피 데이트."

 

안본 사이 우락부락해진건 아니고 인형을 가득 품은 긴토키가 무미건조하게 답을 했다. 긴토키의 성격에 어깨를 으쓱했겠지만 인형들에 제한된 그의 어깨는 히지카타의 머릿속에서만 들썩였다. 노란 병아리 인형을 껴안은 긴토키의 애인은 히지카타에게 간단한 인사만을 하고 벌써 흥미를 잃고 다른 게임에 기웃거리고 있었다. 사격게임에서 긴토키를 크게 부르지만 귀를 멍멍하게 만드는 게임장의 배경음악은 긴토키에게 전해지지 않았다.

 

"그래서, 여기서 뭐해?"

"보다시피 데이트."

 

히지카타는 어깨를 으쓱했다. 긴토키의 눈은 변하지 않았지만 인형들에 의해 가려진 입은 아무말을 하지 않았다. 히지카타는 긴토키의 질문을 듣기 위해 선배에게 했던 처럼 몸을 밀착시키지도 자신의 말이 긴토키에게 닿기 위해 크게 소리지르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가 데이트를 한다는 것을 모르길 바라는 것처럼 평소와 같은 톤으로 말했다. 이것을 긴토키가 알지는 히지카타는 모르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기대고 있던 벽에서 몸을 지폐를 넣으려는 선배의 귓가에 대고 조금 크게 말했다. 이제 슬슬 나가는 어떤가요?

 

뒤가 뜨거워.

 

따끔거리는 뒤의 감각은 착각이 아니었다. 어느새 데리고 연인을 옆에 세워두고 긴토키는 마지막으로 술집으로 것을 제안했다. 히지카타는 살짝 뒤로 물러가면서 정중하게 거절했지만 한잔이 땡겼다면서 멋대로 수락한 선배에 히지카타는 가득 뽑은 인형들을 담은 비닐봉지를 긴토키와 그의 옆에 달라붙은 연인의 뒤를 선배와 나란히 따라가게 되었다. 하루종일 선배와 함께하면서 감정도 전염받은건지 갑자기 땡기는 술에 히지카타는 핸드폰을 꺼냈다. 그새 업데이트 SNS 올라온 인형탑과 위에 빼꼼 튀어나온 은색 곱슬머리는 히지카타의 마음만큼 꼬여있었다.

 

 

술이 쭉쭉 들어간다는 고전적인 멘트도 없이 그저 간간히 주고받는 학교 이야기, 상대에 대한 이야기, 자기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히지카타의 머릿속에 제멋대로 떠다녔다. 떠다니는 것은 이제 질색인데, 히지카타는 뜨거워진 볼을 식힐 차가운 것을 찾아 두리번거리다 팔아래가 서늘하다는 것을 깨닫고 그대로 볼을 식혔다. 선배의 크고 뜨거운 손바닥이 등을 쓰다듬어 탁자에 볼을 밀착시키자마자 감은 눈을 힘겹게 떴다. 걱정된 얼굴과 움직이는 , , .

 

"우욱…"

"히지카타? 안좋아?"

" 두잔 밖에 안했는데요? 히지카타상 약한가봐요."

"화장실 갈래?"

 

혼자 있다는 것을 말해야 하는데 손을 떼고 입을 열면 그대로 토사물이 나올 같아 정신줄의 끈이 얇아짐에도 불구하고 고개를 저었다. 한발짝을 내딛으면 그대로 쓰러지고 싶다는 생각이 몸을 자꾸만 짖눌러 어떻게든 자리를 벗어나기 위해 꽤나 고생했다. 히지카타는 자리가 불편했다. 아직 관계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일단은 하루동안 데이트를 하는 상대와 같이 있는 사카타 긴토키와 그의 연인과 히지카타 자신은 아무리 생각해도 아름다운 그림이 아니었다. 맞지 않은 발걸음은 가게 옆의 뒷골목에서 주저앉은 히지카타와 동시에 멈추었다. 쓸데없이 친절한 긴토키는 히지카타의 정신줄을 기어코 끊어냈다.

 

"히지카타? 괜찮아? 집에 가야 같은데…"

 

돌려진 고개에 가득 채워지는 긴토키의 얼굴은 혼자였다. 옆을 더듬어도 쓰레기가 치였고 서늘함을 주는 벽은 뒤가 막혀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앞에는 긴토키였다. 히지카타와 같은 공간에서 옆의 연인에게 다정하게 웃는 긴토키가 아니라, 히지카타와 같은 음식을 손이 하얗고 가는 연인과 먹는 긴토키가 아니라, 연인에게 인형으로 보이지 않은 긴토키가 아니였다. 사진으로가 아니라 움직이는 긴토키를 독점한 같아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점점 감기는 눈은 만족감에 가볍게 내려앉았다.

 

벌은 끝났고 복을 받을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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