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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혼

[긴히지] 구봉산

우리_은하 2018. 4. 15. 18:39

 

숨길것은 아무것도 없다. 인간세계에서 모든것이 부숴지고 이상 움직이지 않는 몸을 이끌면서 겨우겨우 다다른 곳이다. 새까만 날개를 숨기면서 버틸 기력도, 정신력도 한계에 다다라 한발자국씩 내딛을때마다 떨어지는 새빨간 혈액과 새까만 깃털. 인간세계에 있을때 스치는 소문이 최종적으로 피난처가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곳에 요괴가 나온데. 새하얀 털을 가진 요괴가 심장을 도려내고 살과 뼈를 발라내서 식신들에게 먹이로 준다고 하더라. 절대로 가까이 해서는 안된다. 식신뿐만 아니라 요괴가 직접 나서서 홀리게 수도 있으니까. 덕분에 인간들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가까이 가지도 않는 , 이름조차 불리지 않는 . 구봉산이다.

 

봄에는 벚꽃과 온갖 휘향찬란한 꽃들이 피어나고 여름에는 보는것만으로도 가슴이 뚫리는 기분이 들게 하는 푸르른 나무들로 울창하고 가을에는 빨강 노랑 단풍으로 절경을 이루다 겨울에는 새하얀 눈으로 모든것을 덮어준다. 처음 인간세계에 와서 지리와 관련된 서적을 읽었을때 얻은 구봉산의 정보였다. 그러나 책속에서는 사실만을 이야기한다. 진실은 다른 . 겉보기에는 아름답고 평화로운 평범한 산처럼 보이지만 그곳에는 요괴가 살고 있다. 소문이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한 것은 마을에서 떠돌아 다니던 소녀의 실종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노을빛 머리를 소녀는 거리를 걸어다녀도 눈에 띄었다. 소녀는 머물던 집의 남매와 유독 친했는데, 어느 남매가 소녀를 찾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숨박꼭질을 잘하던 소녀가 남매를 놀리려는 심보로 작정하고 숨어버린 것이라고 생각해 남매를 안심시켰지만, 나흘이 지나고 남매가 눈물 콧물 범벅으로 신고를 하면서부터 사태는 점점 심각해졌다. 하필 소녀가 실종된 곳은 구봉산. 관광지로도 유명한 이곳은 약초와 버섯, 갖가지 산나물의 채집 명소로도 많은 이들이 오가는 곳이었다. 마을 사람들의 입을 막으면 어찌어찌 넘기겠지만 시체라도 나오면 어쩌지? 소문이 세어 나가면?  마을의 어른들이 모여 구봉산을 샅샅이 조사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발견한 소녀의 머리와 너무나도 어울리던 머리장식 한쪽. 조사를 나갔던 마을 어른들은 한층 어두어진 얼굴로 마을에 돌아왔고 실같은 희망을 기대하는 남매에게 아무 흔적도 없다고 전해주고는 마을회관으로 들어가버렸다. 흐어어어엉~ , 카구라아… 카구라짱 어떡해… 벌써 일주일이 되어 가잖아… 으허어어엉~ 울음을 터트린 남동생을 토닥거리는 누나의 눈가도 눈물을 참느라 시뻘개져 있었다. 쉬… 울지마. 울지마, 울지마… 아무 힘도 없는 남매는 그저 무기력하게 기도할 밖에 없었다.

 

장로에게 머리장식을 보여주자 조사를 나가지 않은 어른들도 모든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늦었.... 누가 했는지 모를 낮은 목소리가 마을회관을 무겁게 짖눌렀다. 한창동안 말이 없는 어른들 사이에서 손이 번쩍 들렸다.

 

'제가, 찾겠습니다.'

'…. 히지카타군?'

'아직, 머리장식이지 않습니까. 아직입니다. 벌써 포기해서는 안됩니다. 혈흔도, 찢겨진 옷가지도 아닙니다. 시체가 나온 것도 아닙니다. 아직 카구라가 죽었다는 증거는 한가지도 나오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단정을 지으십니까? 제가 찾겠습니다.'

'머리장식을 끔찍히도 아끼는 아이가 한쪽만 버리고 멀쩡히 살아 있다고? 자네의 말은 아주 운이 좋아야 이뤄질 있는것이야. 이미 늦었네.'

'카구라는, 죽지, 않았습니다.'

'하… 히지카타군. 자네가 이곳에 정착한지 아직 모르나 본데, 구봉산이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아름답기만 산이 아닐세. 그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 진실은 요괴가 사는 요괴의 산일세. 변덕쟁이인 요괴의 심기를 거스른다면 최악의 상황 우리 모두가 죽고 마을은 처참하게 짓밟혀질 것일세.'

'그렇게 무섭고 요괴의 심기를 거스르는 방법밖에 모르시겠다니 더더욱 제가 가겠습니다. 그런 식충이 자식, 냅두다간 요괴의 공물이고 뭐고 먹어버릴 것이고 말괄량이 자식, 요괴의 털을 뽑아버릴 것입니다. 그런 마음이 오히려 요괴의 심기를 거스르는 것이 아닐까요.'

'안된다고 했지 않았나!'

'피해는 안가게 하겠습니다. 남매를 포함한 아이들도 아무도 모르게 것입니다. 가장 걱정하는 이것 아니십니까? 아이들의 동요.'

'…'

'괜찮습니다. 있습니다.'

 

참나, 요괴가 살생을 하고 마을을 짓밟아? 상급 요괴들도 그러지 못하는데. 어디서 아는척이야. , 누구야, 이런 저급 소문을 퍼트린게. 머리를 신경질적으로 벅벅 긁던 히지카타는 집안으로 들어갔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임시 거처. 그리고 주문을 외워 결계를 다음, 날개를 활짝 폈다. 크고 아름답고 윤기가 흐르는 새카만 검은 깃털. 후우우…. 이제 같다는 한숨과 날개를 힘차게 움직여 보았다. 결계를 훼손해서는 안되기에 날지는 못하지만, 가끔씩은 이렇게 운동을 줘야지 뻐근해지지 않고 감을 잃지 않는다. 구봉산의 마을에 한달 정착한 히지카타 토시로는, 요괴 텐구다.

 

장로와 모든 어른들에게 반강제 허락을 받고는 본격적으로 조사에 나선 히지카타는 일단 조사를 위해 산을 올라갔다. 어색하고 이상할 정도로 외부인에 경계가 심한 마을이다. 흘리는 이야기로는 마을은 마을 단위로 어울리지 못해 띄어진 마을, 이라더나 뭐라나. 그랬기에 히지카타 역시 반대하는 이들에게 요력을 걸어서 겨우 받아질 있었다. 소오고, 이녀석….! 자신의 제비를 바꾸자는 소고의 말에 아무 생각없이 바꿔주는 아니었다. 자식, 분명 알고 이렇게 것이야…!! 분노의 편지를 우다다 작성하고는 한동안은 소고에 대한 짜증으로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항상 눈썹을 찌푸리고 다녀 아이들과 친해지지 못하기도 했다. 요력으로도 없애지 못한 어른들의 경계심과 자신을 무서워하는 아이들. 히지카타는 이래저래 많이 힘들어 했다.

 

' 그렇게 화나 있냐?'

'...?'

'마미가 그랬다. 눈썹을 너무 찌푸리고 다니면 주름이 그대로 세겨져서 얼굴이 평소의 페이스가 된다고.'

'쯧…'

'웃어라, .'

'...? 말이 왜이렇게 뒤죽박죽이냐?'

'요기는 펴고, 웃어라, . 잘생긴 얼굴이 아깝잖아?'

'어이, 듣고 있나?'

'토시, 웃어라, . 나처럼!'

 

햇살이 너무 좋아서 한쪽 담벼락에 기대어 멍하니 앉아있는데 조그만한 아이가 멈추더니 다짜고짜 말을 걸었다.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쪼그리고 앉아서는 주름이 모여진 눈썹 사이를 꾹꾹 누르면서 활짝 웃었다. 그래, 정말 사랑받은 아이의 웃음이었다. 그와 동시에 내가 그렇게까지 인상이 안좋았나, 절로 생각이 났다. 덕분에 아이와도 친해지고 점점 모두와 어울릴 알게 , 사라졌다. 아이가, 소녀가, 카구라가. 토시, 토시! 환하게 웃으면서 허락하지도 않았는데 이름을 마구 불러버리는 아이는 자신의 어깨에도 미치는 작은 아이였다. 뜻하지 않았지만 신세를 많이 아이를 모른척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히지카타는 아이의 죽음을 받아들이길 거부했다. 아직, 어릴적 기억이 여진히 남아 있나 보다. 한숨을 쉬고는 구봉산을 한번, 밑을 한번, 다시 구봉산을 한번, 이번에는 고향이 위치한 방향으로 한번 눈에 가득 담고는 발을 내딛었다. 가자.

 

", 허억….! 뭐야, 이 산…!"

 

반나절을 돌고도 아무 수확이 없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났다. 이제는 구봉산의 ㄱ조차 들어도 종아리에 굳어진 굳은 살들이 묵직해지고 허벅지가 징하고 울렸다. 정말, 아무것도 없다. 지난 날의 조사팀이 가져온 머리장식이 유일했다. 이쯤이라면 고향의 산보다 익숙해진 기분이다. 일주일간, 히지카타는 체력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몰려져 있었다. 집에서 벌러덩 누워 천장만을 바라보던 히지카타는 자신의 무기력함에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들지 않았다. 시간은 가고, 조사는 한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다. 카구라의 걱정과 마을 사람들의 점점 커지는 숙덕거림. 아아, 역시 소고와 제비를 바꾸는 아니었어. 그러다 문득, 며칠전 야마자키를 통해 받은 소고의 안부편지가 생각나 밍기적 기어가 편지를 펼쳤다. 소고는 여전히 유유자적했다. 히지카타상, 제비, 바꿔주셔서 고마워요. 여기는 ~ 아무도 없어요. 역시 히지카타, 죽어. 화낼 기운조차 남아있지 않은 히지카타는 움직이지 않는 다리에게 조금만, 5분도 안되니까 조금만 움직여줘, 라고 간곡히 부탁하면서 질질 끌어 편지를 휴대용 그릇에 불을 붙였다. 쪼그라들면서 불길이 잠식되어가는 편지를 멍하니 보던 히지카타는 자그마한 소리에 깜짝 놀라 몽롱함에서 깨어났다. 내가, 결계를 안쳤나?

 

"히끅!"

 

이런. 전에 남동생, 시무라 남매의 남동생을 줄기차게 놀려대는 것도 모자라 때렸던 악질이 히지카타네 집의 가장 벚꽃나무아래에서 덜덜 떨고 있었다. 벌어진 다리 틈새의 옷과 모래는 진한 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불에 편지 넣는것 가지고 저러는 것인가? 아는 얼굴에 다시 몽롱함에 취한 히지카타가 아이에게 다가가려 몸을 움직이자,

 

"으아아악! , 괴무울! , 엄마아아아!!!!"

 

하면서 사족보행으로 기어 달려가는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불을 많이 무서워하나, 머리를 긁적이다 익숙한 푹신함에 사고가 정지한다. 푹신? 어래? ? 으으으으응? 무표정에, 단조로운 표정을 가진 히지카타의 얼굴에 당황이라는 색이 화악 퍼져간다. 덜덜거리는 손으로 머리를 쥐어뜯어보지만 기적처럼 시간이 돌려진다던가, 그런 픽션은 없었다. 텐구 마을에도 '인간에게 들켰을때'라는 수업이 있었다. 물론 히지카타도 수업을 들었었다. , 뭐라고 했더라, 선생님이 뭐라고….

 

'인간에게 들켰을때는,'

 

웅성거림이 커진다. 배움을 적용하지 못한 사회의 초짜는 허둥거리기만 반복한다. 그리고 아직 노을이 지지도 않은 시각인데, 아직 어둠으로 색칠되기에는 이른 시간인데, 멀리서 횃불이 일렁거린다. 그리고 히지카타의 가슴도 울렁인다. , 인간들이란 정말 똑같아. 선생님의 말씀을 기억해내는 것을 잠시 중단하고 히지카타의 눈이 가느다래진다. 옛날이든, 지금이든. 변함이 없어. 그것도 안좋은 의미로.

 

"저기다-!"

"아직 있어!"

" 요괴놈!!!"

"죽여버려!"

"잡아라!!!"

 

, 도끼, 활… 있는 무기란 무기는 모두 긁어 모아 저마다 횃불을 들고는 우루루 히지카타네 집으로 몰려든다. 횃불의 일렁거림이 오니의 탐욕보다 훨씬 붉고 흉측스러워, 히지카타는 이상 생각을 이어가지 않고는 날개를 크게 움직여 하늘로 날았다. 드디어, 이제서야 날개를 제대로 쓰는구나. 아아, 바람을 실컷 맛보고 싶었어. 점점 작아지는 사람들의 모습을 힐끗 히지카타는 그제서야 선생님의 가르침을 기억해내었다.

 

'그대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가세요. 이것은 비겁한 일이 아닙니다. 인간들은 어리석고 망각의 동물이기에 여러분을 오래 기억하지 않을 거에요. 우리가 인간과 어울리는 이유를 생각해 보세요…'

 

하하, 선생님. 잘하고 있네요. 폐속으로 차가운 바람이 가득차도록 활짝 웃은 히지카타는 다시 밑을 내려다보았다. 이정도 높이면- 시무라? 덜컥, 무엇인가에 걸린 급하게 정지한다. 밑에서는 그대로 날아갔다면 놓쳤을 남매가 앞의 어른 둘에게 각각 붙잡힌 , 버둥거리고 있었다. 눈물 많은 남동생은 이미 벌게진 눈으로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고, 강인한 누나는 있는 힘껏 버둥거리면서 남동생에게 손을 뻗고 있었다. , 아이들은 왜…? 잡아서 무엇을 하려고…. 순간 백짓장이 머리속으로 우렁찬 마을 남자의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요괴! 당장 내려와서 순순히 잡히지 않는다면 아이들의 목숨을 녀석 앞에서 끊어버리겠다! 아이들이 죽으면 모두 너의 탓이다!"

 

순간 조용해졌다. 히지카타 역시 굳은채로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걸려들었습니다. 인파속에서 조용히 있던 장로에게 마을사람이 귀앳말을 한다. , 요괴주제에 우리 마을에 들어와? 안그래도 구봉산의 요괴만으로도 골치아픈데. 어쨌든 되었군. 순순히 잡혀줘야 겠어, 요괴. 일석 몇조야, 이거? 입꼬리를 한껏 치켜올리면서 장로가 손짓을 했다.

 

"쏴라."

 

! 하늘 높이 있지만 움직이지 않는 표적은 맞추기 쉬웠다. 마을에서 원탑인 명사수는 주먹을 불끈 쥐면서 생각했다. 요괴를, 비행 능력이 있는 요괴를 맞추었어! 이정도면 지긋지긋한 시골구석에서 벗어나 수도로 올라가 작은 벼슬이라도 얻을 있는 찬스지! 히지카타는, 움직이지 않았다. 몸도 추락하고 정신도 아득해지는 순간에, 히지카타는 웃었다. 시무라 남매는 무사하겠구나. 하하, 선생님, 잘하고 있네요.

 

"---….~~~~.. . ..~ ~~.."

"...야? …~~~~~… .. ~!"

"~~~!~~…. ! 없습니다!"

"~…. !~~ 찾아!"

 

커지는 웅성거림과 땅을 울리는 발자국 소리에 히지카타는 눈을 번쩍 떴다. 여기는, 어디지? 그리고는 밀려오는 피로감과 고통에 이를 악물었다. 크고 무겁고 날카로운 화살이 히지카타의 왼쪽 날개에 박혀 있었다. 덜덜 떨리는 날개와 저릿해지는 감각에, 직감적으로 있었다. , 독인가보군. 자꾸만 감겨오는 눈에 힘을 위치를 파악했다. 추락해 떨어진 곳은, 천만다행이도 우거진 덤불 안이었다. 일단 목숨은 건졌으나, 하나 까딱할 없는 묵직함과 빠르게 퍼져가는 독의 느낌에 한숨밖에 나오질 않았다. 마을이 아닌, 구봉산을 향했다는 마지막 기억에 안심을 하며 눈을 결국 감아 버린다. 마을사람들은 오지 못할곳. 구봉산이 이렇게나 다행스러운 장소일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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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 긴토키 없는 긴히지~ 괜찮아요. 이거 시리즈물이라서 긴토키는 뒤에 질리도록 나오니까...^^ 아 오키카구도 있지만 약이라서 딱히 표시는 안했고 본편과는 그닥 상관이 없어서... ㅎ... 다 쓰면 외전으로 써 봐야지(우려먹기 대박

은혼 연성 자체가 처음인데 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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