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어딘가 붕 떠 있어 보였다. 실제로도 그가 누군가와 어울리는 것을 학교 내에서 보지 못했다. 하교하는 어느 날, 지갑에서 떨어져 나간 동전을 따라 들어간 낯선 골목에서 타 학교 교복을 입은 무리들의 중심에 서 있는 그를 본 적이 있었다. 언제나 재미없다는 표정으로 따분하게 텅 빈 책상을 노려보던 그가 환하게 웃으면서 즐겁다는 아우라를 내뿜는 것은 당연하게도 새로웠다. 타 학교 학생들 중 한 명의 어깨에 발을 올려놓은 모습은 자칫 좋지 않은 한 장면처럼 보였을 수도 있겠지만 험악한 분위기를 내뿜는 타학교 학생들 사이에서 그는 오히려 피해를 당하는 사람이라 착각할 정도로 이질적이었다. 동전을 주우면서 슬쩍 흘겨본 찰나의 순간은 이랬다. 흥미가 생겼지만 더는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없어 서둘러 몸을 돌려 ..
가벼운 루프물 한번 써 보았습니다...!ㅎㅎ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하는 한때를 보내고 있던 카구라는 뜬금없는 과거 루프를 겪게 되면서 혼란과 이유를 알 수 없음에 멍하니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아주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원수로 지낸 2개월, 친구로 지낸 3개월, 입덕 부정기 1개월 하고도 반, 짝사랑 8년을 거쳐 드디어 고백받는 순간, 이보다도 더 행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장담한 것이 무색할 정도로 하루하루 행복의 최대치를 찍고 있는 카구라는 연인에게 매일같이 반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뻔한 클리셰였다. 카구라가 연인과의 전화를 끊고도 다음날 있을 데이트를 위해 이리저리 검색을 하다 들어간 순정 만화의 주인공이 겪을 만한 바로 그 절차를 뜬눈으로 밤새운 다음날 아침부터 차근차근 밟고 있었다. 평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