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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도이즈

10월 31일

우리_은하 2017. 10. 31. 01:37
할로윈 au

히로아카 할로윈 합작(주최자님: 도쿠님)
https://nabee0703.wixsite.com/myhappyhalloween <-링크입니다!

*좀더 보기 편하시라고 수정해서 올립니다! 오타나 틀린 부분도 수정되었으니 제 글은 여기서 읽으시고 링크로 가셔서 존잘님들 글과 그림을 보세요!

*성 틀려서 미아내... 카미나리...ㅠㅁㅠ

토도이즈

10월 31일

[Haloween]


곤란한데.

발걸음이 완전히 끊긴 폐건물로 들어가면서 토도로키 쇼토가 중얼거렸다.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나! 내 정신력 단련하라고 몇번을 말했나! 라고 말하는 우라라카 오챠코의 목소리가 어른거린다. 결국 긴 망토를 휘날리며 쓰러지듯이 교회의 긴 의자에 주저앉는다. 말 좀 귀담아 들을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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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윈Halloween 2시간 전, 뱀파이어 토도로키 쇼토는 항상 가는 마녀 우라라카 오챠코의 집에 들렸다. 평소에는 마을에 평범한 마을사람1로 살기에, 긴 송곳니와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혈액에 대한 열망을 억누르기 위한 약을 얻기 위해서였다. 마녀는 처음 방문한 날, 대가를 바랬다.

'대가?'
'그럼 공짜로 받으려고 했어?'
'뭘 줘야 하지?'
'원래는 돈을 받아야 하는데… 너 뱀파이어 토도로키 쇼토지? 뭘 놀래. 벌써 소문 쫙 퍼졌어. 순혈 뱀파이어 집안인 토도로키 가家의 유일한 후계자가 가출했다는 것. 당연히 무일푼이겠지. 그치?'
'응.'
'...너무 당당하게 말해서 좀 당황스러운데. 그럼 노동을 해.'
'노동? 할 줄 아는 게-'
'아- 당연히 없겠지. 귀하게 자란 도련님인데. 그냥 내가 도움이 필요할 때 응해주면 돼. 뭐, 간단한거야. 인간 세상에서 구해달라는 약초를 구해주거나 그곳에 있는 내 고객들에게 배달을 해 주던가. 너, 친구 없잖아. 이 일 하면서 발 좀 넓혀!'

그러기를 몇년을 했을까. 엊그제만 해도 막 가출해서 앞길이 막막한 어린 뱀파이어인 것 같았는데, 벌써 요괴 세상에도 안면을 익힌 사람들이 생겼고 인간 세상에서도 큰 어려움 없이 살아가는 어엿한 한 생명으로써 역할을 수행하는 뱀파이어로 자랐다. 순탄한 그의 1년 중 위기라면 바로 할로윈이다. 인간과 비슷해 보이는 외관에 직립보행을 하지만 인간이 아닌게 요괴다. 뱀파이어라고 다를 게 없다. 혈액의 욕망은 어찌어찌 해결한다만, 길어지는 송곳니는 감출 수 없었다. 평소에는 마녀의 약을 마셔 인간들의 눈을 속일 수 있었지만, 요괴들의 힘이 가장 강해지는 할로윈에는 마녀의 독한 약도 들지 않았다.

그렇다고 1년에 하루만 송곳니가 길어지는 병에 걸렸어요 라고 둘러댈 수도 없고 난감한 뱀파이어는 결국 다시 마녀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한숨을 쉬면서도 그럼 그날은 우리 집에 와서 잡일이나 하던가 라면서 뱀파이어를 다시 한번 도와준다.

매년 할로윈마다 마녀의 집에서 뒹굴거리거나 쫓겨나 밭일을 대충 하는 척 하던가 일하러 나가는 마녀의 뒤를 졸졸 쫓아다니면서 무사히 보냈다. 뱀파이어는 가출을 하고 자신의 최대의 적을 인간밖에 생각하지 못했다. 자신을 두려워하면서도 쉽게 죽일 수 있고 죽일 방법을 아는 무서운 존재. 인간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피를 노리는 뱀파이어가 더 무섭겠지만 요괴들 중에서 최강이라 불려지는 뱀파이어들에게 죽음을 주는 건 인간들뿐이니 뱀파이어 입장에서는 인간이 가장 무섭다. 인간 세상에 온 이 뱀파이어는 그 관계가 웃기면서도 진지하다는 것을 알아갔다. 조금이라도 의심을 하는 인간이 있으면 그날 밤 흡혈을 하던가 진땀을 빼면서 의심을 거두는 일을 반복하면서 말이다.

그런 뱀파이어에게 생각지 못했지만 항상 존재했고 언제든지 공격해도 이상하지 않을 존재가 오늘, 2시간 전에 나타났다.

'여기가 마녀 우라라카 오챠코의 집인가'

목소리만으로도 흥분하면 나오는 길고 큰 송곳니가 모습을 드러냈고 손이 덜덜 떨려 마녀가 쥐어준 홍차를 마실 수 없었다. 같은 종족인 순혈 부인을 볼품없는 집안이라고 폭행하고 결국에는 흡혈을 해 힘을 얻은 뱀파이어 토도로키 엔지가 마녀의 집에 불시에 방문했다.

이 중년의 힘있는 뱀파이어의 악행은 요괴 세상에도 큰 충격을 주었다. 그들은 원로 뱀파이어들이 뱀파이어 간의 흡혈은 의료 목적이 아닌 이상 이행하면 중죄임에도 불구하고 토도로키 엔지를 처벌하지 않은 건 그가 모든 원로들의  힘보다도 월등히 세기 때문이라고 수근거렸다. 그렇기에 유일한 후계자 토도로키 쇼토의 가출은 한동안 세간의 집중을 받았다. 그 뱀파이어에게 반항을? 아무리 자식이라도 죽이지 않을까? 하지만 유일한 후계자라는데? 자식은 그 뱀파이어 말고도 셋이나 있다는데? 그래도 인정하지 않잖아. 죽이진 않을 것 같은데?

망했다. 무의식적으로 쓰는 사투리로 마녀는 서둘러 푹신한 의자에서 일어나 퀘퀘한 냄새가 나는 옷장을 열어 크고 긴 검은 망토를 뱀파이어에게 건냈다. 이게 뭐야? 아 뭐겠나! 당장 쳐 입지 않고 뭐하나! 마녀의 다급함에도 여전히 손을 덜덜 떨며 망토만을 겨우 잡고 있었다. 불쌍하지만 더 급한 일이 있다. 동정을 줄 시간도 없이, 뱀파이어를 자주 내쫓던 인간 세상과 근접하지만 토도로키 엔지를 피하기 위해 그곳으로 보내기로 결심했다. 하필 할로윈이 가장 가까운 시간에 방문하다니, 어지간히 생성이 안맞는 부자였다.

안그래도 하얀 피부가 더욱 창백해져서 툭 치면 재로 변해 공기 중을 떠돌 것 같다고 마녀는 생각했다. 뱀파이어가 자신의 이야기를 듣든 듣지 않든 한시가 급했다. 토도로키 엔지를 문밖에서 너무 오래 세워두면 분명 이상함을 감지하고 곤경에 빠질 것이다. 그것만은 피하고 싶었다.

'잘 들으라. 조금만 가면 아무도 가지 않는 폐건물이 있다. 거기 내가 아는 악마의 집인데 할로윈이라고 놀러가서 아무도 없다. 한 이틀정도 거기서 몸 좀 숨겼다 피해라. 내가 악마에게는 잘 말해 놓을 터이니. ...어이. 어이! 토도로키 쇼토! 아 니 뭐하나!'
'어? 어어?'
'당장 나가라!'

패닉이 된 뱀파이어는 맨정신일때보다 더 내쫓기 쉬웠다. 따뜻하고 씁쓸한 약재 냄새와 갓 끓인 호박죽 냄새가 은은하게 퍼지던 마녀의 집과는 달리 할로윈 2시간 전의 밖은 쌀쌀하고 축축하고 차가운 바람 냄새가 머리를 울린다. 퍼특 정신을 차린 뱀파이어가 서둘러 문고리를 잡아보지만 한발 빠른 마녀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린다. 무슨 일이세요, 토도로키 엔지?

그 사람이다. 잡고 있던 문고리를 놓고 뒷걸음을 쳤다. 뒷걸음을 쳐도 도망칠 곳은 없었다. 한두 발자국만 떼면 바로 닿는 서늘한 벽은 화끈거리는 얼굴도 식혀주지 못했다. 어리고 어린 뱀파이어를 지켜주지 못했다. 한발자국. 뱀파이어는 자신의 어머니가 토도로키 엔지에게 흡혈당한 이유를 안다. 두발자국. 심신이 약했던 어머니는 자신과 토도로키 엔지를 착각해 마지막 발악으로 뜨거운 물을 쏟았다. 세발자국. 토도로키 엔지는 분노했다. 유일한 후계자를 잃을 뻔 했으니. 뱀파이어는 주저 앉았다. 생각을 이어 갈 수 없었다. 보호해주지 못하는 서늘한 벽은 없었고 숨을 수 있는 깜깜한 암흑이 대신 존재했다. 뱀파이어는 주저 없이 암흑으로 내달렸다.

폐건물로 향하는 도중 뱀파이어는 정각이 되었음을 직감했다. 새빨간 화염으로 태워질까 무서워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머리가 차가운 냉기로 서늘하게 식혀졌다. 발걸음은 더욱 가벼워졌고 점점 흡혈에 대한 욕구가 고개를 내밀고 손을 흔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시에 느껴지는 이상한 감정도 있었다. 사실 이 이상한 감정때문에 정각이 되었는지 한참을 고민했다.

마녀의 말대로 폐건물은 모두가 발걸음이 끊겨 온갖 잡초로 꾸며지고 이끼와 덩쿨들이 건물을 감싸고 올라가 더욱 스산해 보였다. 이곳이라면 조금 마음을 놓아도 되겠지. 지친 뱀파이어는 건물 안 의자에 망토로 몸을 감싸고 앉아 눈을 감는다. 곧바로 정적과 함께 깊은 수면의 바다로 몸이 가라앉혀진다. 원하던 휴식을 취하길 간절히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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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 톡, 톡. 연속적으로 두드리는 느낌에 뱀파이어는 무거운 눈을 억지로 떴다. 아직도 깜깜한 밤이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지만 뱀파이어는 은근 할로윈이 다 지나간 11월 1일이었으면 하고 바랬다. 너무 오래 자고 나면 흡혈 욕구가 급속도로 올라와 이성을 잃게 되지만 지금은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했다.

"예쁜 사람."

...누구지. 처음 보는 얼굴에 뱀파이어는 저도 모르게 눈을 찌푸리고 상대를 쳐다보았다. 가장 먼저 보이는 초록색의 구불구불한 털. 여름이 나가고 벌써 가을이 된지 꽤 시간이 흘러 오랜만에 보는 여름의 색에 자신도 모르게 털에 몸을 일으켜 얼굴을 묻었다. 어? 어어? 털이 당황했다는 표현을 비추지만 상관하지 않고 크게 숨을 들이마신다. 싱그러운 여름 냄새. 그리고 이 폐건물로 오기 전에 지나왔던 검은 숲과는 다른 느낌에 같은 포근함을 주는 온기에 뱀파이어는 자세를 바꾸어 털이 있는 아래를 꽉 껴안는다.

"자, 자, 자, 잠시만요!!!!"

팍 밀쳐지는 느낌에 그제서야 눈을 똑바로 뜬다.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자그만한 아이. 초록색의 곱슬 머리를 가진 아이가 녹색 눈에 경계심을 띄곤 자신을 노려본다. 변태에요? 빽 지르는 아이에 놀라 저도 모르게 양 손을 얼굴 옆으로 들었다.

"...아니."
"그, 그럼 왜 다짜고짜 껴, 껴, 껴안고 그, 그래요?"

어지간히 껴안다는 단어가 부끄러운지 이상한 포즈를 하면서 물어본다. 잠식될 것 같은 녹색의 눈은 여전히 자신과 눈을 맞추고 있었다.

"너 머리가 기분 좋아서 그랬어. 불쾌했다면 미안. 사과할께."
"어, 어? 네… 알았다면 됐어요."

잠시 찾아온 침묵에 뱀파이어는 재빨리 팔의 가드를 내린 아이를 더 관찰했다. 자신의 눈을 피하지 않는 녹색의 눈은 생각보다 더 컸고 동글동글했다. 아까 만져보니 머리도 동글동글하던데. 볼도 동글동글, 볼에 박혀있는… 하나, 둘, 셋, 넷, 네개의 주근깨도 동글동글하다. 문득 자신이 알던 가장 동글동글하던 마녀가 떠올랐다. 그렇지만 처음보는 이 아이가 더 동글동글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누구에요?"
"...나?"
"네!"
"...쇼토."
"쇼토?"
"응. 쇼토."
"이름이야?"
"응."
"성은 안 알려줘?"
"...응."
"그럼 뭐! 쇼토가 알려주기 싫다니까! 나는 이즈쿠. 미도리야 이즈쿠. 흠흠, 다시 정식으로 인사할께. 유령 미도리야 이즈쿠야. 잘 부탁해, 쇼토!"
"뱀파이어 쇼토. 이쪽이야 말로."

유령은 너덜너덜한 보자기의 후드를 뒤집어 써 녹색의 머리카락을 가렸다. 그럼에도 재멋대로 뻗치는 구불구불한 잔머리는 어떡해 하지 못하고 그대로 냅두긴 했다. 삐죽 튀어나온 머리카락을 가만히 바라보던 뱀파이어는 유령의 손을 확 이끈다. 어어? 놀란 유령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가볍게 넘기고는 품 안에 폭 안았다. 뱀파이어도 그렇게 나이가 많은 건 아닌데, 유령이 정말 꼬마 유령이거나 몸집이 또래보다 작나보다. 한 품에 들어오는 유령에 작게 감탄하며 머리카락을 손에 감아본다.

"쇼, 쇼토… 왜그래. 무슨 안 좋은 일 있어?"

딱히. 만지면 싫어?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다보니 어느새 유령과 뱀파이어의 거리는 가까워졌다. 몸이 이미 밀착 되었는데 더 가까워 질 수 있겠냐! 라는 생각이 무색하게, 뱀파이어의 입은 유령의 귀 바로 옆에 위치했다. 뱀파이어가 단어를 하나씩 내뱉을 때 마다, 유령은 작게 떨었다.

담요를 언제부터 두르고 있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처음에 유령은 자신이 오래 살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담요를 얻게 된 과정, 처음 보는 유령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유령이라는 사실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아마 난 유령이 된 지 얼마 안 되었나봐. 유령은 그렇게 정의를 내렸다. 요괴 세상에 익숙해지고 여러 정보를 얻을 때 마다 기록해두는 수첩이 어느 새 20권을 넘어 갈 때에도 적응이 되지 않는 것이 있었다. 바로 자신의 종족 사회였다.

유령들은 기본적으로 서로에게 간섭을 하지 않는 주의였다. 무엇보다 투명한 유령은 종족끼리도 물리적으로도 만질 수 없어 더욱 개인주의가 형성되어 있었다. 그런 분위기에서 유령은 홀로 살아야했고 힘들어했다. 옆자리의 공백은 추위와 배고픔보다 더욱 크게 느껴졌고 더욱 외로움에 시달려야했다.

1년에 딱 한번, 유령들은 물리적으로 접촉이 가능해진다. 인간 세상으로 내려가 달콤한 과자와 사탕을 받는 것과 동시에 장난도 칠 수 있는 날, 할로윈이다. 이 신생 유령은 장난은 달가워 하지 않았다. 하지만 물리적 접촉뿐만 아니라 실체화가 되는 날이라 언제나 꼬박꼬박 인간 세상으로 내려갔다. 그곳에서 처음 보는 친구들과 어울려 Trick or Treat!을 외치며 즐거운 하루와 많은 친구들을 얻었다. 사회가 냉담해서 적응을 못한 것 뿐이지 유령은 원래 긍정적인 성격이었다. 그런 유령이 점점 아이들과 멀리하고 지켜만 보게 된 건 아이들이 유령에 대해 궁금해 지기 시작했을 때 부터였다. 이즈쿠, 너 어디서 살아? 이즈쿠, 너네 집에서 더 놀면 안돼?

난감해진 유령은 어버버하다 아이들을 떠나보내야 했다. 매년 반복되는 슬픈 마지막에 유령은 할로윈에서 친구들과 함께 보내기를 포기했다. 그런 유령에게 늑대인간은 비수를 더 꽃았다.

'망할 너드새끼가 주제 넘게 인간과 친해지려니까 그런거지.'

너무해… 잔뜩 우울해진 유령은 할로윈을 제대로 보내지도 못하고 이리 비틀, 저리 비틀 거리면서 집으로 향했다. 항상 집으로 곧장 가던 유령이 낡은 폐건물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우울했기에 기분을 전환할 수 있는 계기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실례합니다…"

소심하게 들어간 폐건물은 교회였다. 뽀얀 먼지가 유령을 반겼다. 이곳저곳 구석마다 터를 잡은 거미들, 낡아서 벌레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해주는 십자가, 그리고 이 교회를 꽉 채운 먼지들이 바닥과 긴 의자들에 얹혀 있었다. 보자기를 벗어 의자 한 귀퉁이를 닦고는 앉았다. 평소라면 실체화 되어서 의자에 앉을 수 있는 것에 즐거워 하겠지만 도통 그런 기분이 아니었다. 눈을 감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쌀쌀한 날씨에 엉덩이서부터 올라오는 온기에 졸음으로 정신이 왔다갔다 할때 쯤, 문이 거칠게 열렸다.

주, 주인? 폐건물이라 해도 주인은 있나보다. 다음부터는 낡아보여도 함부로 들어오면 안되겠군... 방금까지 소심하게 들어와 의자 귀퉁이에 걸터앉듯이 앉은 유령은 온데간데 없고 중얼거리며 분석하는 유령만이 본능적으로 숨어있었다. 주인이라면 공손하게 사과를 하고 얼른 나가야지.

교회에 들어온 사람은 컸다. 몸집이 컸다. 높게 뜬 달을 등지고 있어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림자로 알 수 있었다. 무섭고 잔인한 주인이면 어쩌지… 유령은 살짝 겁이나 더욱 몸을 웅크려 방어했다. 점점 가까워지는 것 같더니 자신을 그대로 지나쳐 맨 앞줄의 의자에 쓰러졌다. 어어? 상대의 몸집에 겁을 먹은 것도 잊고 유령은 벌떡 일어나 상대에게 달려갔다.

"괜찮으...세….."

많은 종족들을 보고 이야기해 보았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종족은 처음 봤다. 너무 하얘서 안의 혈관이 보일 정도로 투명한 피부에 가지런히 닫힌 눈. 빨간 머리카락과 하얀 머리카락이 반반 섞인 채 깔끔하게 넘긴 머리. 그리고 한쪽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내뿜는 커다란 흉터까지. 멍하니 감상하던 유령은 자신도 모르게 말을 내뱉었다.

"예쁜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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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의 품에서 가만히 있던 유령이 손을 들어 뱀파이어를 꽉 안아주었다. 이전까지는 미동이 없던 뱀파이어는 유령의 작은 움직임에 크게 몸을 떨었다. 뱀파이어의 반응에 유령은 풋, 하고 웃었다.

"왜 웃지? 웃긴가?"
"푸흣, 아니. 쇼토가 너무 귀여워서."
"...처음 듣는 소리."
"쇼토, 주는 법은 알아도 받는 법은 모르는구나? 푸흐흡, 그게 너무 귀여울 뿐이야."

받는거… 유령의 따뜻한 손의 온도에 눈을 감고 유령을 꽉 안았다.

"이게 받는것이군."
"응. 쇼토가 안아 주어서, 쇼토와 만나서 친해져서 우울하던 기분이 나아졌어. 받았으니까 내가 쇼토에게 주는 작은 선물이야."
"처음이야."
"응?"
"누굴 안는 것도, 안겨진 것도."

작은 목소리였지만 유령은 그 안의 진심과 강한 긍정을 고스란히 느꼈다. 전해졌어, 쇼토. 그 온기에 눈을 감고 뱀파이어를 토닥였다.

"쇼토의 첫번째가 되었네?"
"응?"
"내가 첫번째로 안겨진 거고 첫번째로 안아준 거잖아. 포옹에서 첫번째가 나여서 기쁜걸!"

아. 비록 안고 있어 얼굴을 볼 수 없지만 알 수 있었다. 유령의 환하고 반짝이는 미소를. 부드러운 녹색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고는 유령과 마주 본다.

"응?"
"이즈쿠. 내년에도 올 꺼야?"
"내년… 그럼. 난 오늘밖에 못 오는걸."
"어째서? 여기가 인가 세상과 가까워서?"
"아니. 내가 와도 쇼토는 모를껄."
"알 수 있어. 이즈쿠니까 알 수 있어."

강하게 확신하는 이 뱀파이어가, 너무나도 좋다. 유령은 처음으로 투명하기 때문에 아무도 만지지 못하고 만져지지 않는 자신이 너무도 한심하다고 생각했다. 유령이 되고 자신을 돌봐준 스켈레톤은 유령이라는 사실과 그 자신을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했지만 그 당시와는 달리 유령에게 닿고 싶은 사람이 생겼다. 만지고 싶고 손길을 받고 싶은 사람. 울음이 나올 것 같아 눈을 비비는데 손끝이 투명해지는 걸 봤다. 소스라치게 놀란 유령은 또다시 뱀파이어를 밀쳤다.

"이즈쿠?"
"미, 미안, 쇼토. 괜찮아? 고의적으로 그런게…"
"알아. 무슨 일 있어?"

다정한 뱀파이어. 다정한 쇼토. 헤어지기 싫어. 뱀파이어 앞에서 울고 싶지 않아 눈물을 감추려고 했지만 그가 주는 따스함에 지친 눈을 감을 수 있었다. 펑펑 우는 유령에 뱀파이어는 당황했다.

"왜그래. 왜 울어."
"쇼, 쇼토, 끄윽, 나, 쇼토, 랑, 흐흡, 헤어지기, 싫, 어… 흐어어어엉!"

마녀의 집에서는 우는 사람을 많이 봤었다. 아파서 우는 사람에게 마녀는 약을 처방하고 안아주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마녀는 그렇게서 샘플을 조금씩 모으고 있었다. 유령은 아프지도 않고 샘플을 획득하기 위해 있는 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뱀파이어가 아는 건 안아주기 밖에 없었다. 마녀의 집에서 유일하게 상대에게 해 줄수 있는 행동이었다.

"울지마. 나도 이즈쿠랑 헤어지기 싫어."

안아주는 방법밖에 몰라서 미안해. 작게 속삭이는 뱀파이어에게 줄 수 있는거라곤 투명해진 자신밖에 없는 현실에 유령은 더욱 크게 울었다. 미안해, 미안해 쇼토. 서툰 너에게 이별을 선물해서. 다시 1년이 찾아올까?

"이즈쿠. 내년에도 여기서 보자."
"응. 꼭, 꼭 보-"

-자. 아, 말을 끝내지 못했는데. 아직 뒷말이 남았는데. 할로윈은 끝났고 11윌 1일은 더 이상 유령의 존재를 허락하지 않았다. 투명해진 유령은 그대로 뱀파이어의 품에 안겨있었다. 형체가 없어도, 온기를 느낄수 있어도 몸은 기억하니까.

갑자기 훅 느껴지는 냉기에 뱀파이어는 이상함을 직감했다. 할로윈의 뱀파이어 능력이 점점 옅어지는걸 느껴 할로윈이 끝나감을 알고 있었지만 몸이 차가워지는건 몰랐다. 아니, 몸이 차가워지는게 아니라 온기를 공유하던 존재, 유령이 사라졌다. 허공을 감싸던 팔을 내리려했지만 유령이 자신의 품에 있었다는걸 더 느끼기 위해 잠시 가만히 있었다.

뱀파이어는 몰랐다. 유령은 할로윈에만 형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것을. 이즈쿠, 넌 올때도 소리없이 나타나더니 갈때도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구나. 벌써부터 유령이 보고싶은 뱀파이어의 어깨가 축축해졌다. 물방울이 어깨에 하나둘씩 떨어지더니 어느새 흥건해졌다. 그 눈물에 너무 슬픈 이야기가 담겨있고 뜨거워서, 아무것도 모르지만 이건 이즈쿠의 눈물이야, 라고 결론지었다. 유령의 눈물이 아니더라도, 아무렇지 않아보이는 이 뱀파이어는 그렇게라도 믿지 않으면 재가 되어 유령처럼 사라질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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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다. 익숙한 천장, 익숙한 벽지가 눈에 보이고 익숙한 이불을 덮고 있었다. 토도로키 쇼토는 자리에서 일어나기 싫었지만 일어났다. 10월 31일, 이상한 꿈과 지옥이 또다시 시작되었다.

"쇼토! 당장 안 일어나? 일어났으면 당장 방으로 오지 못해?"

지옥의 불기둥보다 뜨겁고 용암보다 두려운 목소리가 집안에 울려퍼진다. 잔뜩 일그러진 표정이지만 굳게 입을 닫고 감정을 숨긴 채 침대에서 일어나 방으로 간다. 만약 평범한 아침이었다면 그럴지도 모른다. 방에가서 지옥의 왕의 말에 복종하는 똑같은 지옥이. 그러나 들려오는 찢어질 듯한 비명에 자신도 모르게 감정을 드러낸다. 분노, 원망, 그리고 살의. 토도로키 쇼토는 다시 마음을 다잡고 방으로 간다. 이틀전, 자신에게 뱀파이어 이야기를 들려주던 그 아름다운 목소리를 구하기 위해 뱀파이어가 되기로 결심한다.

"아악! 그, 그만해요! 쇼토, 쇼토가 오고 있을거에요!"

찢어지는 듯한 여자의 비명소리에 발걸음을 멈춘다. 할로윈이랍시고 간식은 없다고 선언한 고아원 원장의 비웃음이 귓가에 함께 울린다. 좋겠다, 쇼토라는 녀석. 카미나리 덴키는 쌀쌀한 날씨에 팔을 비비며 생각했다. 으리으리한 집에서 부모님과 따뜻한 할로윈을 보내겠지? 고아로 자라면서 가장 많이 생각한 건 의문이었다. 날 왜 버렸을까. 나는 사랑받지 못하는걸까. 고아원의 많은 아이들은 이런 카미나리 덴키에게 이상한 눈초리만 주었다. 그냥 우린 그런 운명이야. 어떤 아이는 이렇게 말했다. 착하지 않아서 그래! 키리시마는 못됐잖아!

착한 성격에 서글서글한 아이. 머리가 조금 나쁘고 장난이 많지만 미워할 수 없는 아이. 카미나리 덴키에게도 입양 권유가 안들어온건 아니었다. 그저 원장이 고아원 유지비를 더 받기 위해 입양을 거부했을 뿐. 고아가 많을수록 후원자들에게 돈을 더 받게 된다. 후원자들은 아이들의 건강은 신경쓰지 않는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자신들이 못되기 때문에, 착하지 않기 때문에 입양되지 않는 불운한 아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때부터였다. 사교성 넘치는 카미나리 덴키가 아이들에게 다르다는 눈빛을 받게 되었다. 모두 원장 때문이야. 돈때문에, 그깟 돈때문에!

차에 있던 우라라카 오챠코는 주먹을 꽉 쥐고 분노하는 아이를 지나쳤다. 저 남자아이, 부럽다. 남자아이. 왜 나는 여자로 태어난거지. 차라리 태어나지 말껄. 흐릿해지는 눈가에 서둘러 고개를 올려 눈물을 다시 삼킨다. 옆자리의 아버지에게 보여져서는 안되었다. 이 차가 어디로 가는지 알고 있었다. 또한 자신이 무슨 일을 당할지도. 지난밤, 두런거리는 부모님의 대화를 똑똑히 들었다. 가난, 돈, 약, 그리고 가장 많이 들렸던 어쩔 수 없는 이라는 단어. 우라라카 오챠코는 이 단어가 싫었다. 어쩔수 없다니. 자신의 존재를 부정당한 기분이라 좋지 않았다. 아, 또 울것 같다.

검은색 새끈한 차가 미끄러지듯이 멈춰 선다. 누더기로 추위를 어떡해든 피해보려는 미도리야 이즈쿠가 고개를 들어 잠시 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와, 작게 탄성을 지른 건 작은 여자아이가 단정하고 예쁜 옷을 입고 내릴때였다. 짧은 시간동안 부러움을 강하게 느꼈다. 따뜻하고, 친절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살꺼야. 행복하겠지?

딱. 우라라카 오챠코와 미도리야 이즈쿠의 눈이 마주쳤다. 놀라서 황급히 팔을 올려 어설픈 가드를 올리지만 팔 사이로 보이는 예쁜 아이의 슬픈 미소. 팔을 내리고 멍하니 건물로 들어가는 아이를 바라보았다. 저 건물은... 변태 부자가 사는 별장이었다. 순간 안좋은 생각과 아이의 입모양이 떠올랐다.

도와줘.

울컥거리는 마음에 미도리야 이즈쿠는 달렸다. 잠시동안이지만 그곳에 자신이 없었다면. 그 아이가 자신을 못봤다면. 이 모든것을 기억하지 못했다면. 울것 같지만 잔뜩 일그러진 얼굴에서는 눈물 한방울도 흐르지 않고 이마의 주름만 늘렸다.

꽝! 누군가와 부딪혀 나뒹군다.

"뭐야! 어, 야 괜찮냐? 일어설 수 있겠어?"

호박 모양의 바구니를 든 아이와 부딪히고 내밀어진 손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왜 나에게 손을 내밀지? 난 고아고 거지고 홈리스이고... 쓰레기인데. 도와달라는 아이를 외면했고 도망쳤다. 언젠가 죽을 뻔 한 자신을 구해준 이름 모를 남자처럼 자라고 싶다는 꿈은 현실이라는 냉기에 이미 얼려져 사라졌다. 그 남자를 히어로라 부르며 '나도 언젠간 히어로가 될꺼야!'라고 얼굴을 붉히던 미도리야 이즈쿠는 없었다. 투명하게 사라졌다.

--------------------------

"... 그래서 결국 모든건 불행한 아이들의 꿈이고 그들의 소망과 관련되어 요괴가 되었다는 내용으로 이번 할로윈을 하고 싶어."

길고 긴 토도로키의 발표가 끝나고, A반은 말을 잃었다. 토도로키군, 길어서 마지막으로 발표한다더니... 미도리야는 토도로키군 답네 라는 생각으로 애써 함축시켰다.

"꽤나 다크하네."
"대체 각자 배역을 짜오는데 왜이렇게 긴 이야기를 짜온거야? 이건 연극이 아니라고!"
"야 토도로키! 왜 다 등장하지 않는거야!!"
"미도리야와 나는 제대로 나왔다만?"
"그게 아니잖아!!! 아악!!! ! 미도리야!!!!!! 너도 뭐라고 해봐!!!!"
"어? 나, 나?"

우리 부모님은 내를 팔지 않는다!!! 우라라카의 비명과 멀쩡한 우리 부모님 멋대로 죽이지 말아줘... 라는 카미나리의 눈물을 뒤로하고 토도로키가 미도리야의 두 눈과 마주친다.

모든건 픽션이지만 자신과 미도리야의 이야기는 더욱 써서 리얼했다고 생각하는 토도로키였다. 자신이 묘사한 대로 여름의 녹색 숲을 연상시키는 두 눈에 뱀파이어도 살 수 있을것이라고 생각했다.

"미도리야."
"으, 응?"
"이 대본이 싫나."
"어, 스토리상으로는 그럭저럭이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그리고 꽤나 배역이 마음에 들어. 좀 비극이라는게 아쉽지만 그건 반 애들과 함께 토론하면서 고치면 되고-"

주특기인 중얼거림이 길어지자 토도로키는 성큼 다가와 귓가에 속삭였다.

"아니, 우리 관계는 어때?"
"응? 관계??"
"여기서 우리는,"
"응."
"서로 사랑하는 관계야."
"아, 사랑하는... 어??? 사, 사랑하는????"
"나는 아주 마음에 든다고 생각하는데."

당황했다는게 보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다. 솔직한 미도리야에 푸흐, 하고 낮게 웃더니 눈앞에 보이는 목덜미에 시선을 집중시켰다. 뱀파이어였다면 망설임 없이 물어버렸을 목덜미라고 생각했다. 정말 자신이 뱀파이어가 된 듯, 토도로키는 입을 벌려 미도리야의 목덜미를 물었다.

"토, 토도로키군????"

이 모습을 본 A반의 반응은 각자 달랐지만, 할로윈 축제에 토도로키는 뱀파이어를, 미도리야는 유령 역을 맡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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