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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다. 시작은 작은 봉지에서 시작되었다.
토도이즈
[마카롱 대란]
"아-앗! 뭐야 야오요로즈상! 왠 종이백??"
"정말… 호들갑 좀 떨지 마세요. 그냥 종이백일 뿐인걸요. 누가 보면 빌런의 폭탄 종이백인 줄 알겠어요, 정말."
"엑, 정말?"
"어이, 야오요로즈. 이 녀석, 정말로 믿어버린다고. 아직도 모르겠어?"
"이정도일줄은…몰랐네요."
가장 마지막으로 아슬아슬하게 들어온 야오요로즈 모모의 양 손 가득 종이백을 보고 호들갑을 떠는 카미나리 덕분에 반 아이들의 시선이 일순간 집중되었다. 특별한 수업도 없고, 어제 체육복 사용은 없었다. 준비 해야 할 것도 없는데, 그 야오요로즈가 시간도 지각 직전에 들어왔으니 모두가 궁금해질 수 밖에. 무슨 일이지? 저건 뭐지?
"아이자와 선생님이 오시려면 아직 멀었으니까!"
"너희들! 벌써 수업 시작이다! 어서 제자리로…"
"반-장- 너도 뭐가 들었는지 궁금하잖아? 선생님, 20분은 기본으로 늦고 그러시니까-"
"아니, 그건 특별히…"
"아-아- 반장은 너무 딱딱해-"
"뭐- 그런 반장도 좋지만…"
"이번만 봐 줘라! 응? 봐, 미도리야군도 궁금해 하잖아!"
"아, 아니, 난 별로,"
"응?? 반-자-앙-"
얼떨결에 몇몇 아이들의 페이스에 밀려 버렸지만 뭐 어쩔 수 없나. 평소 소극적이고 의견도 잘 안내던 아이들마저 눈을 빛내면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고. 딱히 불쾌해 보이는 아이들도 없다. 반장으로써 규칙을 지켜야 하지만 가끔은 이렇게 벗어나는 것도 좋겠지. 라고 생각한 이이다였다. 뭐, 그의 선택이 방아쇠가 될 지는 그마저도 몰랐으니까.
말려든건 이이다뿐만이 아니였다. 가만히 있던 모범생의 또다른 표본인 미도리야도 마지막엔 설득의 제물로 바쳐졌다. 아시다상… 무서워! 그저 야오요로즈상이 들고있는 올마이트 쇼핑백을 보고 있었을 뿐인데 내용물이 궁금한걸로 결론짓다니! 그보다, 저 쇼핑백, 어디서 얻은거지? 물어봐야겠다…
"있지, 있지, 야오요로즈! 뭐가 들은거야?"
"어째서 모두의 주목을 받게 된건진 잘 모르겠지만요… 별거 아니에요!"
"뭔데, 뭔데에?"
"집에서 구운 마카롱이에요. 갑자기 간식이 먹고 싶어져서 디저트 블로그를 찾다가 너무 맛있어 보이는 마카롱을 발견해서 그만…."
쑥스럽다는 듯이 부시럭거리며 쇼핑백에서 꺼낸 것은 다름아닌 투명 포장지였다. 빨간 리본으로 정갈하게 장식된 포장지 안에는 알록달록, 5개의 작은 마카롱이 옹기종지 모여 있었다.
"마, 맛있어 보여~ 야오요로즈상, 진짜 잘 만들었다~!"
"어머, 감사해요. 이래봐도 마카롱의 표면이 자꾸만 갈라져서 꽤나 고생했어요."
"그거 치고는 쉐프가 만든 것 같은데? 정말 대단하다-!"
"과분하네요."
이거, 모두에게 만들어 주려고 가져 왔어요. 한입 먹어보니까 맛있더라구요. 하면서 두 쇼핑백을 올려놓으면서 환하게 웃는 야오요로즈를 나중에 카미나리는 이렇게 묘사했다. 마치, 천사, 하늘에서 내려온 아름다운 천사 같다고.
"와! 다 주는거야?"
"네. 처음에는 저만 먹으려고 만들던 마카롱이 점점 늘어나서 여러분도 드려요."
"그거… 우리를 위한건 아니잖아…"
"당연하지. 아무리 야오요로즈상이 부잣집이어도 우리 모두를 항상 생각해주고 챙겨주지는 않지."
"그래도 나중이라도 우리를 생각해 줬잖아!"
"야… 틀렸다… 얘 우리가 뭐라해도 듣질 않아…"
"지금 드릴까요? 마카롱은 넉넉해요."
먹을래! 내가 골라도 되? 맛있겠다! 야오요로즈상 이런 재주가 있었구나. 몰랐어! 왁자지껄한 교실 속 유독 조용한 곳이 있었으니 바로 토도로키 쇼토, 가만히 무엇인가를 생각하듯 한손으로 턱을 괴고는 한손으로는 팔짱을 끼고 시선을 아래로 향한 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짝을 한지 꽤 시간이 지났기에 어느정도 자신의 짝에 대한 눈치가 생긴 야오요로즈는 서둘러 마카롱을 나눠주고는 자신의 자리로 갔다.
"좋은 아침이에요, 토도로키군."
"?! 야오요로즈? 아, 미안. 생각 좀 하느라 왔는지 몰랐어."
그 난리를 쳤는데 눈치 채지 못했다니요… 새삼 야오요로즈는 자신의 짝의 집중력에 감탄했다. 몇 달 간 같이 수업을 들으면서 알게 된 건 토도로키는 한곳에 빠지면 빌런이 나타나지 않는 이상 눈치를 채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이번엔 또 뭐에 빠진 걸까요…
"아, 토도로키군, 이거요."
"…? 이건 뭐지?"
"마카롱이요! 굽다보니까 양 조절에 실패해서 모두에게 나눠주고 있어요."
"아."
"마카롱 싫어하세요…?"
"...단 것은 좋아하지 않아."
"어머.. 죄송해요. 그런 줄 알았다면 토도로키군것만 따로 챙길 걸 그랬어요…"
"아냐. 신경쓰지마."
"그럼 이건…"
"저기 야오요로즈."
"네?"
"이거… 모두에게 준 거 맞아?"
"네… 분명 몇몇 분들은 직접 받아가셨고 그렇지 않은 분들은 제가 직접 나눠줬어요."
"다… 받은거야?"
"네."
의아하지만 꼬박꼬박 토도로키에게 대답하던 야오요로즈는 내밀던 마카롱 봉지를 다시 가방 안으로 넣으려 했다. 아시다상에게 드려야지.
"아, 그거 나 그냥 줘."
"네? 분명 토도로키군, 단 것 안좋아하시다고…"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주려고."
다시 마카롱을 받아들고 봉지에 앙증맞게 고정된 리본을 만지작 거리던 토도로키를 본 야오요로즈는 알 수 있었다.
"...토도로키군, 그 사람을 특별하게 생각하는 게 틀림없어요."
점심시간, 1-A반의 여학생들이 빈 교실에서 모여 마카롱을 먹을 때, 야오요로즈의 마지막 끝마침을 들은 모두는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그들의 공통된 반응은 그 토도로키군이? 이었다.
"어째서? 그게 가족일 수도 있잖아."
반박하는 우라라카에게 야로요로즈는 단호하게 말했다.
"분명 토도로키군, 사랑을 하는 소녀처럼 예뻤어요. 볼도 살짝 상기되었고 눈도 반짝반짝 거렸어요!"
"어떡해 아는데에~?"
"전 토도로키군의 짝이니까요!"
"엑… 야오요로즈상…"
"왜죠? 왜그래요? 제가 뭘 잘못 이야기했나요?"
"아니. 아시다짱은 야오요로즈짱과 주제가 안맞을 뿐이야."
"에 그게 무슨…"
아스이의 위로로도 의문이 풀리지 않은 야오요로즈가 말을 이으려 하자, 급히 우라라카가 입을 막았다. 누가 오고 있어!
"…-….--….----..--.."
"…--………."
점심시간이고, 같은 층의 아이들은 모두 식당으로 가서 점심을 먹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점심을 다 먹은 아이들은 바로 반으로 돌아오지 않고 도서관, 체육관, 또는 학교 외부를 어슬렁 거린다는것도 똑똑히 알고 있었다. 그러기에, 복도 저 끝에서 들려오는 두쌍의 발자국 소리와 두런거리는 목소리에 6명의 아이들은 숨을 죽였다. 딱히 나쁜 이야기를 한 것은 아니지만, 상대가 없는 자리에서 그 상대의 이야기를 하는것은 썩 좋은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갑자기 말이 막혀 상황을 이해 못한 야오요로즈를 마지막으로 1-A반에는 정적이 찾아왔다.
'누군지 알겠어?'
'몰라! 누구지? 우리 반인것 같은데…'
'하가쿠레! 너가 좀 봐봐!'
'에, 내가?'
'눈만 내밀어도 괜찮잖아!'
'아, 그러네!'
부탁해! 모두의 응원을 받으면서 창문으로 복도 끝을 바라본 하가쿠레는 두명을 봤다. 녹색의 구불거리는 머리카락이 발걸음에 따라 흔들거리면서 다른 한쪽의 아이에게 몸을 살짝 틀고는 신나게 수다를 떠는 아이와 딸기시럽을 얹은 빙수가 떠오르는(이건 우라라카의 의견이고, 하가쿠레는 딸기잼과 크림이 나란히 앉아있다고 생각한다) 머리를 단정하게 내린채, 수다를 가만히 들어주는 아이가 나란히 오고 있다. 그 둘이 누군 지 안다. 가장 핫한 미도리야 이즈쿠와 토도로키 쇼토 아닌가. 체육제에서 대판 붙어서 안친한 줄 알았는데, 점심도 같이 먹었나, 다정하게 붙어서 오는 모습에 뒤에서 안절부절 못하는 것도 잊은 채 둘의 모습에 푹 빠져 있었다.
'하가쿠레상, 하가쿠레상!'
야오요로즈의 다급한 목소리에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비싼 화분을 깨고 어쩔줄 몰라 쩔쩔매는 5명의 얼굴에 정신을 번뜩 차려야 했다.
'응, 미도리야군이랑 토도로키군이야. 괜찮아! 걱정 안해도 돼.'
'걱정 안하긴! 우리 지금까지 토도로키에 대해서 이야기했다고. 당사자가 오는데 왜 걱정을 안해! 가자.'
'에, 지로상. 어디로…?'
'이 반을 탈출해야지!'
답답하다는 듯이 어서 의자랑 봉지들 치워야지! 저 둘에게 들켜서 뭐하고 있었냐고 질문 받을꺼야? 재촉하는 지로에 나머지는 허둥지둥 치우기 시작했다. 어느새 말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아 근데 왜 교실이야? 토도로키군 항상 반에 마지막으로 오잖아?"
"알고… 있었나. 오늘은 챙겨야 할 게 있어서."
"응? 뭐지? 책? 노트? 뭐지?"
"...내가 필요한 게 아니야."
"아 친구 물건이야?"
"좀 복잡한데. 일단은 내것도 아니야."
"음, 어려운데…"
저거저거저거저거 분명 토도로키군 제가 준 마카롱 가지러 온거라고요! 물건들을 원위치 시키고 우라라카의 개성으로 하나둘씩 창문을 통해서 나가던 도중, 흥분한 야오요로즈가 우라라카를 잡고 흔들었다. 토도로키군, 지금 분명 엄청나게 반짝이고 있을 것이라고요!!
'응. 야오요로즈상. 알겠으니까… 얼른 나가자! 벌써 코앞까지 왔다고! 그리고 목소리, 높아!'
미안. 휙 잡아 끌어 창문으로 야오요로즈도, 자신도 넘어가서 손을 합창하고 능력을 해제했다. 해제!
"아- 역시. 아무도 없네."
"…."
"기다릴께. 천천히 찾아!"
"저, 미도리야."
"응?"
"오늘 아침에 야오요로즈가 준 마카롱… 어땠어?"
"어? 아~ 맛있었지! 예전에 먹었던 싼맛의 마카롱이랑 확실히 비교되더라. 야오요로즈상, 정말 뭐든 잘하는것 같아!"
우리 이제 그만 엿들어야 하지 않을까…? 하가쿠레의 불안함은 매일같이 밟고 다니는 도로 위의 흙처럼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지로는 야오요로즈를 쿡쿡 치며 팝콘도 만들 수 있냐고 묻고 있었다. 들키면 어쩌려구…. 자신들이 왜 조용한 소란을 피웠는지 벌써 잊은 채 남의 핑크빛이나 구경하는데 푹 빠져버렸다. 그치만 나는 안보이니까…! 라는 다른 아이들과 전혀 다를 게 없는 생각을 하면서 하가쿠레마저 움직이지 않았다.
"여기."
"어? 마카롱? 토도로키군, 안먹었어?"
"응. 맛있으니까… 더 먹으라고."
"토도로키군이 먹어야지. 안먹었잖아?"
"………...면……"
"응? 잘 안들려."
"…..너가 맛있게 먹으면 난 됐어."
크으으으으으으으으 슈가 보이 아인가! 제일 눈을 반짝이면서 보던 우라라카가 발을 동동 구른다. 손은 가만히 못 둔채 꼼지락거리며 어쩔줄 몰라한다. 토도로키군, 저렇게나 스윗하다니. 꽤나 여럿 울렸겠다?
"어…. 음…..?"
엑. 짝사랑이 아니었어? 어머, 쌍방….이라고 하지요? 세상에세상에세상에세상에나!!!!!!!!!! 데쿠군 얼구우우우울!!!!!!!!! 새빨게졌네. 우왁, 미도리야, 가만히 못 있는다. 어, 가드했어! 온도가… 여기서도 뜨겁게 느껴져. 우라라카의 흥분과 동시에 새빨게지는 신박한 미도리야의 처음 보는 모습에 옹기종기 몰래보던 아이들이 한마디씩 내뱉었다.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는 미도리야를 똑같이 처음보는 모습의 토도로키가 보고 있었다. 무표정하고 감정이라고는 제한된 박스에 골라서 나오는 교과서같던 토도로키가, 체육제 이후에는 좀 부드러워졌지만, 이런 표정까지는 반 아이들도 처음 보는 것이었다. 물론, 미도리야도.
"……………..고마워."
전해준건 좋다만, 달콤한 말로 정신 쏙 빼놓은 것도 좋다만, 이 분위기! 이 분위기 어쩔 것인가! 여기서 끝이 아니지만 마치 큰 똥을 싸놓고 뒷처리 안하고 바지 올리는 토도로키의 표정과 이제 어떡해 하지 라고 대문짝하게 써져서 어색하게 눈동자만 다시 데굴데굴 굴리는 미도리야의 모습은 안쓰러웠고 그랬기에 더는 볼 수 없었다. 이제 갈까….? 단물만 쏙 빼먹고 가는 6명의 아이들은 하나둘씩 고개를 끄덕였고 지로를 필두로 하나둘씩 운동장쪽으로 빠졌다.
마지막으로 남은 우라라카는 살짝 뒤돌아봤다. 여전히 마카롱을 든 벌게진 미도리야와 한껏 안심한 듯한 토도로키가 입을 벙긋벙긋하고 있었다. 어색했던 시간도 잠시, 다시 부드러운 분위기를 느낀 우라라카는 기다리는 친구들을 향해 가벼워진 발걸음을 놀렸다. 도중에 들어가려는 바쿠고와 키리시마들을 막느라 한동안 진땀을 뺐지만, 곧 종 칠 것인데 안들어가냐는 아이자와의 말로 의기양양한 바쿠고들과 들어간 교실에는 각자 자리에 앉아있는 둘이 있었다. 잘 해결되었나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