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타 소고는 카구라를 좋아하고 있다. 현재진형행이고, 그가 이 사랑을 그만둘 것이라고는 그 아무도 상상할 수 없었다. 그리고 오키타도 그럴 마음이 전혀 없었다. 오키타는 자신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장점, 단점, 강한 부분, 약한 부분, 좋아하는 것, 그리고 자신의 상태까지. 그는 물이 가득 찬 물병이었다. 물이 넘쳐 흐르지 않게 하는 것. 이것이 그가 그토록 싫어하는 서류 작업을 자처한 이유였다. 펜을 휘갈기던 오키타는 그대로 책상으로 엎어졌다. 아침 회의 때 한동안은 순찰보다는 서류 작업을 하면 안되겠냐는 문의는 잠시 회의를 침묵으로 빠트리는데 충분했다. 잠시 뒤 정상으로 돌아온 분위기에 오키타의 의견은 통과되었지만, 회의 후 대원들의 수근거림은 어떻게 되지 못했다. 아무런 이유를 말하지 않았지만..
아, 날씨가 너무 좋다. 걸어가면서 생각하는건 너무나도 태평했다. 사실은 속은 타들어갈 듯이 초조하고 혼잡한데, 날씨는 눈치도 없이 좋기만 하다. 자박자박 발에 치이는 모래들도 오늘만큼은 커다란 돌덩어리가 되어 나아가는 길을 막아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돌덩어리도 너의 앞에서는 어린아이가 가지고 놀 듯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그러다 문득 어느날 보았던 너의 뒷모습이 생각이 났다. 보라색 우산은 무거울 뿐만 아니라 크기도 커서, 아니 여기서는 너가 너무 작아서라고 하는게 더 맞는 걸까, 어쨌든 익숙한 물건에 시선을 뺏겨 잠시 발걸음을 멈춘 적이 있었다. 분명 말을 걸면 유치한 싸움으로 이어질 것은 뻔한 일이었다. 아니 너와 내가 만나서 평화롭게 끝난 적이 있을까. 그런 날은 이쪽에서 사양이다. ..
오키카구 전력 안개가 자욱한 숲속이었다. 오키타는 후드를 푹 눌러쓰고 빠르게 발을 놀리고 있었다. 손에 든 묵직한 비닐봉지를 내동댕이 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콘도 이사오가 감기에 걸렸다. 안개 속에서 본 너는 환상일까. 사실 오키타는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두시간 전 야마자키와 히지카타가 출발했고, 자신은 맡은 임무의 마무리 때문에 출발이 늦은 것이었다. 히지카타의 성격에 과하다 싶을 정도로 이것저것 챙겼을 것이다. 빈손으로 떨렁떨렁 가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지만 무려 콘도 이사오의 병문안이다. 대해엽을 넘어서라도 그가 무사한지 확인을 해야 적성이 풀리기 때문에 3일 철야에도 오키타는 빠른 걸음으로 콘도에게 가고 있었다. 콘도가 머무는 곳은 오에도 병원이 아니었다. 마침 지나가던 ..